아버지의 역사를 거부할 것인가, 계승할 것인가.
아버지와 자식의 드라마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역사’로 상징되는 과거와 단절할 것인가 세습할 것인가는 모든 역사의 가장 첨예한 문제가 돼 왔다.
이 책은 독재자와 그 자식들의 삶은 세상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보여 줄 뿐만 아니라, 모든 역사의 중요한 문제를 상징적으로 대변해 준다. 또, 세계의 독재 권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뒤트는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책 ‘독재자의 자식들’은 세계 각국 현대사 속 독재자와 그 자식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들여다보면서, 세계의 독재 권력이 개인은 물론 가족, 그 사회와 나라에 미치는 영향 등을 반추하는 의미 있는 인문 교양서다. 특히, 군사 독재 시절이라는 같은 역사를 겪은 입장에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책이다.
그동안 권력자나 독재자 관련 책들은 모두 해외의 시각에서 분석한 것들이었다.
‘아버지와 자식들이라는 개인적인 관점에 기초해 내재적으로 접근’하기도 했고, ‘정치·경제 체제 및 국제 사회의 변화라는 역사적인 조망 속에서 기술’하기도 하는 등, ‘미시적 관찰’과 ‘거시적 배경’을 섬세하게 융합한 스토리텔링이 강점이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0명의 독재자를 선별해 그 자식들의 삶을 추적했다.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장을 분류하다 보니 기묘한 공통점이 생겼다.
1장은 현대사에서 파시즘의 출현, 공산주의 체제의 성립 및 강화 시대를 배경으로 등장했던 독재자들과 그 자식들의 삶을 다뤘다. 2장은 식민지 시대와 냉전 체제의 사이에서 집권한 통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3장은 아버지의 대를 이어 정치의 전면에 나선 자식들의 사례를 담았다. 더불어 저자들은 책의 주인공들인 독재자와 그 자식들의 인물 사진과 현대사 속 드라마틱한 역사적 순간이 담긴 86컷의 자료 사진이 함께 수록돼, 책 읽는 재미와 생생함을 더해 준다. /이동훈기자 gj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