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스님’은 운천스님의 별칭이다. 경기도 수원 출신인 운천스님은 현재 남원에 있는 조계종 선원사 주지를 맡고 있다. 운천스님이 만드는 짜장면은 ‘스님짜장’이라고 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자신과 신도들이 직접 가꾼 채소를 주재료로 해서 짜장면이나 짜장밥을 만들고 이를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기 때문이다. 그 이웃들은 노숙자나 가난한 노인, 군인, 재난지역, 복지시설 등 다양하다. 종교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이 불교 성직자이면서도 타종교인 천주교 시설을 거리낌 없이 방문해 수녀님과 신자들과 함께 짜장면을 만들어 준다.
스님은 최근 2년 동안 115회 봉사에 6만5천 그릇 정도의 급식공덕을 했다니 어마어마한 양이다. 물론 일체 무료다. 스님이 있는 선원사는 국가 보물로 지정된 철불이 있는 천년고찰이지만 그리 큰 절이 아니다. 신도수도 100명 정도다. 따라서 무료 ‘스님짜장’을 나눠주기 위해 수확을 하고 난 밭을 돌아다니며 남은 고구마, 감자 등 ‘이삭줍기’를 통해 재료를 조달하기도 한다. 나머지 재료 구입비는 인근 지리산에서 야생하는 돼지감자를 수확해 당뇨치료와 다이어트에 좋다는 국우차(菊芋茶)를 만들어 판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그러니 당연히 항상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스님은 이를 중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점점 일을 늘려가고 있다. 얼마 전엔 남들이 가기 꺼려하는 경북 구미 불산유출마을도 다녀왔다. 올해엔 한 4만 그릇 정도를 나누겠다고 한다. 고향인 수원에 있는 천주교 사회복지시설 ‘바다의 별’과 버드내노인복지관에서 짜장면을 대접하겠다고 한다. 또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나, 평택항에서 소무역 상인(일명 보따리 장수) 1천여 명에게도 짜장밥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참선해서 깨달음을 얻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중 속으로 끌고 들어가 실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라고.
밥 한 그릇 마음대로 사먹지 못하는 분들이 우리 주변에 정말 많다. 더욱이 2013년에는 더욱 살기가 팍팍할 것이라고 한다. 나눔은 어느 종교에서나 지선(至善)의 의미를 갖는다. 내 것을 남에게 베푸는 행위인 나눔이야말로 그리스도교의 ‘사랑’이고 불교의 ‘자비’이기 때문이다. 이제 곧 새 정부가 들어선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또다시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합은 공존과 상생이다. 따라서 나누지 않고 내 것만 주장하면 통합을 할 수 없다. 우리 정치인들, 짜장스님에게 짜장면 한 그릇 얻어먹고 나눔부터 배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