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중학교 1학년 한 학기에 한해 필기시험을 폐지하고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하는 ‘자유학기제’ 시행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으로, 박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자유학기에는 필기시험 없이 독서, 예체능, 진로체험 등 자치활동과 체험 중심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창의성을 키우고 진로탐색의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는 15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자유학기제 시행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자유학기제는 해당 학기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같은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대신 토론, 실습, 다양한 자율적 체험학습을 받도록 해서 진로탐색을 돕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국어, 영어, 수학 등의 과목을 배우더라도 지금과는 달리 시험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암기식, 문제풀이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이해를 바탕으로 경험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기시험 대신 자유롭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탐색을 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미래를 어떻게 가꾸어나가야 할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의미도 알 것이고 앞으로의 계획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중학교 시기에 쌓은 기초학력이 사회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면 자연히 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주장이다. 자녀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업성적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다.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는다면 불안한 학부모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달려가게 된다.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는다면 평가를 어떤 식으로 할지도 문제다. 진로탐색 교육 인프라 구축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장 체험학습이나 실습, 진로교육을 위한 내실 있는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도입한다면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한 학기를 허비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인수위는 올해는 하반기 시범학교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전국 단위로 제도를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충분한 사전 검토를 거쳐 꼼꼼하게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상세한 운영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연구해 일선 학교에 제공하고 교사들을 교육해야 한다. 학부모들의 불안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학생들의 활동 내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상세히 기록하고 직업체험을 한 뒤에는 진로탐색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평가기준이 있어야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데, 직업 탐색을 위한 제대로 된 인프라가 없다면 효과적인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다. 시행에 앞서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