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고 시작한 일이 커져버렸다. 국민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무한도전에서 발표된 ‘강북멋쟁이’가 음원차트 1위를 휩쓸고 있어 말썽(?)이다.
최근 무한도전 출연자 5명이 “박명수의 꿈을 실현시킨다”는 콘셉트에 따라 박명수가 작곡한 곡을 받아 방송에서 미니 가요제를 열었다. 이 가운데 정형돈이 부른 ‘강북멋쟁이’가 대박을 터트렸다. 가요관련 각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다보니 정식 가요순위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강북멋쟁이’의 제목이나 가사 내용을 보면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했음을 짐작케 한다. 물론 대중가요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중이 좋아하는 노래로 인기를 끄는 게 무슨 문제냐고 하면 대답이 궁하다. 하지만 출중한 가창력과 탄탄한 작곡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기회조차 없이 사장되는 현실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무한도전 관계자도 곤혹스러워한다는 전언에서 알 수 있듯 곡의 완성도나 가창력에서 ‘강북멋쟁이’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다만 절대적 인기를 끌고 있는 무한도전의 파워에 편승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정식 가요순위 프로그램이 아니라 단 한 번의 방송출연 기회도 잡지 못하고 사라지는 무수한 청춘의 아픔을 감안하면 ‘정말로’ 납득하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무한도전이 달력제작이나 음원을 통한 수익금을 사회공헌에 돌린다니 그렇거니 하고 넘어가자는 말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안의 반쪽을 보지 못한 반응이다.
무한도전의 높은 인기로 인해 출연한 무명 게스트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고, 소개된 맛집, 관광지 등은 가파른 인기상승을 체험한다. 무한도전은 방송시장에서 재벌인 것이다.
그런 무한도전이 짧은 시간 내 비(非)전문가가 만든 노래로 가요계를 평정하는 것은 재벌이 골목 빵집을 유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거대사업으로 성장한 가요시장에는 내일의 꿈을 위해 재능과 노력, 그리고 눈물을 투자한 젊은이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차려진 밥상에 수저만 올리는 행위는 경제민주화의 기본인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다.
특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공하려는 젊은이들을 좌절시키는 행위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