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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힘내라, 영구야

‘영화감독 심형래’보다는 ‘바보 영구’가 친근하다. 그만큼 심형래의 바보 연기는 독보적으로, 코미디 역사에 남을 명불허전이었다.

지금이야 젊은 개그맨들이 대세지만 80년대 심형래는 코미디스타 중에서도 가장 빛났다. 그가 저녁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배꼽을 뺀 유행어는 다음날 직장에서 회자됐고, 골목에는 그의 연기를 따라하는 꼬마들로 넘쳐났다.

심형래의 천재성은 연기뿐 아니라 코미디 소재를 확장한데서도 나타난다. 정치풍자가 금기시되던 때, 그는 그저 지나치기 쉬운 일상에서 웃긴 이야기를 찾아냈다. 심지어 펭귄, 파리 등 동물이나 벌레들의 특성을 절묘하게 살린 코미디로 후배들의 전범(典範)이 됐다.

그래도 심형래 하면 바보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머리는 까치집을 짓고, 흐리멍덩한 눈, 그리고 콧물을 그린 얼굴로 “띠리리 띠리리” 하며 나타나면 보는 이들은 웃느라 뒤집어졌다. 웃긴 얼굴로도 모자라 어눌한 말투로 외친 “영구, 없~다”라는 유행어는 아직까지 유효하다.

요즘은 ‘뽀로로’가 아이들의 대통령이라지만 당시는 심형래가 장기 집권했다. 수많은 CF를 찍었고, 아이들의 눈높이로 출시한 영구시리즈 등의 영화 수십 편은 대박을 터트렸다. 이때부터 심형래는 ‘영화감독 심형래’라는 명함에 주력한 듯하다. 예능프로그램은 재능 있는 젊은 개그맨들이 점령했기에 설 자리도 없었다.

결국 심형래는 코미디 연기자의 옷을 벗고, 영화감독과 제작에 올인 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초기 제작했던 영화의 성공에 힘입어 블록버스터급 영화제작으로 판을 키웠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용가리의 진화라고 할 ‘디 워’는 평론가들의 악평 속에 국내흥행에 참패했다. 신지식인 1호에 알려진 얼굴로 자금을 끌어 모아 만든 ‘라스트 갓파더’는 심형래를 나락으로 몰았고, 파산에 이은 임금체불로 실형을 선고받기에 이르렀다.

심형래는 사업뿐 아니라 자기관리에도 실패했다. 잘나가던 시절, 학력시비와 도박 등의 구설수에 휘말렸고, 안하무인인 막말과 행동으로 적(敵)을 만들었다.

심형래는 이제 바닥에 섰다. 영구를 보며 세월의 아픔을 달랬던 사람들은 그가 가장 잘 하는 것으로 재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힘내라, 영구야.”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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