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의 앞에는 ‘성자(聖者)’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씨름에서 진 친구가 “나도 너처럼 고깃국을 먹었다면 지지 않았을 거야”라고 외치자 충격을 받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슈바이처는 인간계를 넘어선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자신도 목사가 됐으며 종교적 회심(悔心) 이후 아프리카로 떠나 평생 가난한 사람들의 친구가 됐다. 당시 유럽의 지식인들이 열등지역으로 낙인찍었던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의술을 베풀었다. 특히 천형(天刑)으로 여기며 의사들도 꺼리는 한센병 환자들을 위한 병원을 17세기에 열었다.
슈바이처는 두뇌도 의학박사일 뿐 아니라 명석해 철학과 신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뛰어난 오르간 연주자이기도 했던 슈바이처는 1952년 노벨평화상을 거머쥐었다.
여기까지가 그동안 우리가 알던 슈바이처다. 그런데 최근 이런 성자의 모습을 훼손하는 불경스런 책이 발간됐다. ‘닐스 올레 외르만’이 쓴 ‘슈바이처’는 그를 알았던 모든 사람들을 바보로 만든다. 책의 서평에 따르면 슈바이처가 모든 방면에 뛰어난 천재형 인간이기는 했어도 ‘성자’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프리카 역사의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는 슈바이처를 자기 과시욕이 강한 인물로 묘사한다. 진료에 바쁘다면서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을 비롯 수만명에게 자신을 홍보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무엇보다 슈바이처가 흑인들을 치료하기는 했으나 그들을 친구로 맞은 것이 아니라 의술을 베풀어야 할 하급인종으로 치부했다는 구절은 충격적이다.
김용준 총리지명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그는 총리지명 전까지 ‘대쪽법관’이자 ‘청렴한 공직자의 화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재산형성 과정과 아들들의 병역면제 등으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청문회를 통해 김용준 총리지명자에게 쏠린 모든 의혹이 해소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청문회를 통해 얻은 경험상 타고난 장애를 딛고 일어선 인간승리라는 그의 평전이 더럽혀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더 이상 우리사회의 롤 모델이 추락하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