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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안전 책임회피한 ‘글로벌 기업’ 삼성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사고 경위를 들여다볼수록 삼성이 과연 ‘글로벌 기업’ 맞나 하는 의문이 든다. 독극물이 새 나와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는데도 은폐와 책임회피에 급급한 기업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더구나 지난해 9월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의 참상이 여전히 생생한 마당이다. 지역의 자랑, 대한민국의 자랑, 세계의 자랑인 기업이 이래서는 안 된다.

삼성 불산 사고는 27일 오후 1시30분에 처음 발생했다. 하지만 삼성 측이 경기도에 사고 사실을 신고한 시점은 만 25시간이나 경과한 28일 오후 2시42분이다. 그것도 배관 교체 작업에 투입됐던 박모씨가 28일 오후 1시55분 여의도 한강성심병원에서 숨을 거두고, 병원 측이 경찰에 신고함으로써 사고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고 나서다. 마지못해 행정당국에 알렸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늑장 대응이다.

불산 가스는 피부에 닿자마자 화상을 일으키고, 호흡기로 들어가면 출혈성 궤양과 폐수종 등을 발생시키는 무서운 물질이다. 삼성은 적어도 2차 누출이 발생했던 28일 새벽 4시46분에 지체 없이 이를 알리고 직원 대피 및 인근 주민 안전조치를 강구했어야 맞다. 삼성 측은 누출량이 1~3ℓ에 불과하고, 외부 유출 가능성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사고가 난 화성사업장 주변은 아파트단지가 촘촘한 지역이다.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설령 혼란이 걱정된다 하더라도 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토록 했어야 한다.

사고지점의 불산 저장 탱크 용량은 500ℓ나 된다. 반도체 웨이퍼 세척용으로 쓰이는 불산 외에도 공장 내 유독물질은 연간 15종 17만1천여t이나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또 어떤 다른 맹독물질이 제조공정에 투입되는지는 명백히 밝혀진 바 없다. 공장이 제아무리 완벽한 처리시설을 갖추고 철저하게 안전수칙을 지킨다 하더라도 예기치 않은 사고를 100% 막을 순 없다. 불산 누출 사고가 그 증거 아닌가.

삼성 백혈병 피해자 지원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그동안 유독물질로 인해 백혈병 등에 걸려 숨진 직원이 6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악성림프종, 뇌종양 등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도 160명이나 된다.

2007년 3월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의 경우 산재 사망이라는 1심 승소 판결이 나온 상태다. 최근 삼성과 반올림 사이의 대화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삼성은 부인·은폐·외면으로 일관해 왔다. 이번 불산 누출사고도 이 같은 삼성의 책임 회피 태도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이번 기회에 삼성은 안전과 책임에 있어서도 글로벌 기업임을 한 점 의혹 없이 입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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