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6 (일)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이제 곧 설이 돌아오고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 올해는 경기가 어려워 귀향을 하지 못하는 불경기 실향민도 있을 테고 여러 가지 편의를 생각해 역귀성을 하는 가족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때만큼은 누구라도 고향과 부모 형제를 생각하게 된다.

흩어져 살던 식구들이 모여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부모님이나 웃어른께 세배를 드리며, 아랫사람들에게도 따뜻한 덕담을 내리며 훈훈한 정을 나눈다.

헤어져 있어도 늘 그립고 잠시 만났다 작별을 할 때 서운함이 밀려오는 식구 이상의 강한 자력을 가진 관계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식구처럼 살가운 말을 찾아보기 힘들다. 가족이라는 말도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정이 덜 가는 것 같다. 광범위하고 거리가 느껴진다.

한 솥에 밥을 지어 먹고 같은 한 방에서 잠을 자도 허물이 되지 않는 내 살 가까이 있는 사람이라는 끈끈함이 느껴진다.

하긴 한 솥에 지은 밥을 나누어 먹는 일은 구태여 식구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전기밥솥이 없었고 밥이 식으면 다시 데우는 일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이불속에 밥주발을 보자기로 싸서 묻어 놓기도 하고 큰 양푼에 나물이나 김치를 깔고 화롯불에 올려놓으면 알맞게 데워져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엄마가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가 마루를 건너오고 모든 식구들이 모여 정말 맛있게 먹던 기억은 겨울이면 생각나는 소중한 추억이다.

이런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그 회상에 참여할 수 있는 관계가 바로 식구라고 정의해 본다.

이렇게 식구라는 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충분조건이 함께 먹고 자는 일이라고 한다면 그 중 하나인 먹는 일을 하는 도구인 입은 우리를 불가소성을 지키는 관계-한 번 맺은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한다는 가톨릭 혼인 성사의 정신-를 유지하고 확대하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구실을 한다.

그 옛날 에덴동산에서는 먹는 행위로 인한 유혹으로 낙원을 잃게 되었고, 백설 공주도 사과 한 알 때문에 죽음 직전까지 가기도 한다.

남녀간 프로포즈가 받아들여지면 애정행각의 첫 단계 역시 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가까운 사람에게 칼보다 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흉기 또한 입이라고 할 수 있으니 그 입을 사용함에 있어 무엇보다 신중해야 하겠다.

설날이면 가난한 백결 선생의 후예들은 거문고 대신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소외감을 대신할 것이고, 청년 실업이나 대학 5학년들은 민족의 대이동이 피하고 싶은 유혹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올망졸망 식구들을 데리고 떡 썰고 만두 빚으며 기다리는 부모님 곁으로 걸음을 서둘 것이다.

그리고 두레상에 모여 앉아 식구들의 입에 맛있는 세찬을 권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한 무릎에서 멀어져간 사랑을 확인하는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세뱃돈이라는 기대가 크기도 하지만….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 작가 신인상 수상 ▲가평 문학상 수상 ▲가평문인협회 이사 ▲플로리스트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