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8 (화)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창룡문]종달새와 북핵(北核)

박병두시인

봄부터 밀밭에 둥지를 틀었던 종달새와 그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랐다. 가을이 되자 창공을 날 정도로 성장했고, 밀밭의 주인도 추수할 시기를 가늠하느라 때때로 나타났다.

어느 날, 주인이 나타나 “추수 때가 됐군. 마을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해야겠어”라고 말하는 소리를 종달새 새끼들이 듣고 화들짝 놀라 어미에게 전했다. 그러나 어미는 콧방귀를 뀔 뿐 이사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어미 말대로 며칠간 보이지 않던 주인이 다시 나타나 이번에는 “이웃사람들 대신에 사촌들에게 추수를 도와달라고 부탁해야지”라는 소리를 새끼들이 들었다. 새끼들은 둥지로 돌아온 어미에게 급한 소식을 전했으나 이번에도 어미는 이사 갈 필요가 없다며 태평스러웠다.

얼마의 날들이 지나고 나타난 주인은 “안 되겠어. 내일은 내가 직접 밀을 베야겠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새끼들이 다시 주인의 말을 전하자 어미는 새끼들에게 “자, 이제는 떠나야 할 때다. 짐을 싸자”고 말하더니 둥지를 옮겼다. 우리가 익히 아는 이솝우화 중 하나다.

북한의 핵위협이 강도를 더하고 있다. 3차 핵실험에 이어 4, 5차 핵실험과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핵탄두를 실어 나를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을 선언했다.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을 밀밭 추수 때를 저울질하는 주인 같은 심정으로 바라본 경향이 없지 않다. 상대는 우리 멱살을 잡고 벼랑 끝에 서서 “같이 죽자”며 공공연히 공갈을 일삼았다. 하지만 우리는 멋들어진 정장에 흙탕물이 튈까 전전긍긍해 왔다. 그 사이 상대는 함께 죽을 확실한 무기를 개발했다.

북한 핵무기에 맞서는 우리의 선택은 2가지다. 하나는 요즘 부상하고 있는 자체 핵무장이나 이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평화정착이라는 우리의 기조를 포기하는 것이라 주저케 된다.

또 하나는 미국의 확실한 핵우산이다. 한국이 핵공격을 받을 경우 핵무기를 장착한 북한의 ICBM이 LA와 뉴욕에 떨어질 위험이 있어도 확증 있는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보증이 필요하다. 찢어진 우산을 쓰면 고스란히 비를 맞는다.

무엇보다 남의 손만 믿을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무언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