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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다문화 가정

 

읍내 길에 젊은 여인이 아기를 업은 채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다. 그 모습이 생경하여 한참을 바라보았다. 자전거 타기가 생활화 된,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시집 온 새댁 같았다. 그야말로 다문화였다.

내가 사는 곳에는 외국에서 시집온 새댁들이 많다. 그들은 다문화 찻집을 여는 등,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TV ‘러브인 아시아’에서도 보듯, 많은 다문화가정이 자녀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씩씩한 한국 아줌마가 되어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야만 하겠다.

몇 해 전, TV에서 본 그림이 있었다. 가라오케에서 아가씨를 고르는 것처럼, 여러 명의 신부 후보를 세워 놓고, 한명을 선택하는 한국남자의 결혼면접이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광고가 있었다. 냉장고마저 가볍게 선택할 수 없는데, 아내를 선택하는 일이라니 기가 막혔다. 쌍방 모두 복불복(福不福)이다. 저렇게 만나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선택한 아가씨와는 데이트가 시작되고, 모든 절차가 초스피드로 진행된다. 며칠 후 예비 신부와 이별, 각자 결혼에 필요한 수속을 한다. 수속은 몇 개월이 걸리며 쌍방 모두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이런 만남이 결코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없지만 특별한 시스템이 없는 한, 외국인 처녀와 우리나라 총각이 만날 방법은 달리 없다. 우리 총각들이 이렇게라도 신부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는 70, 80년대 남아선호사상이 그 원인이다. 성비불균형으로 30대 남자 10명 중 4명이 신부가 없어 결혼을 하지 못한다.

외국인 신부들은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생각하여 큰 희망을 품고 온다. 그들은 결혼할 남자에 대한 사랑도,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 입국 후, 남자의 경제력, 가정환경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실망하게 된다. 서로 다른 문화가 부딪치게 되고 언어소통 문제, 외국인에 대한 편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 때문에 피부색이 다른, 유색인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성씨 270여개 중 140여개가 귀화성일 정도로 역사적으로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혼혈되었다.

이제, 학교를 다니는 다문화가정 자녀도 3만명이 넘었다. 그들 중 40% 이상이 우리말이 서툴러 따돌림을 받았다 한다. 피부색 때문에 놀림 받았다는 학생도 30%에 달했다. 왕따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들도 많다. 여러 이유로, 이혼 부부 10쌍 중 1쌍 이상이 다문화 가정일 만큼 이들의 결혼생활은 순조롭지 못하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짝을 찾지 못한 농촌 총각들의 결혼 상대가 되어, 미래를 이어나갈 아이를 낳아준다. 실로, 국가적으로 중대한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농촌의 일손이 되기도, 산업체의 노동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미 우리나라 다문화 인구는 140여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5%에 달하며, 그중 절반이상이 외국인 신부들이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는 이들을 특별히 배려하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우리국민 수백만명도 남의 나라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월간(한국수필)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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