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축구선수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이천수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다. 미국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안정환과 쇼트트랙 세리머니를 했던 장면을 기억하는 국민도 많다. 크지 않은 키와 몸집에도 불구하고, 거구의 외국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투지와 명품 프리킥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불러왔다.
한일 월드컵 이후 돌고 돌았던 이천수가 인천유나이티드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내세워 2002년 ‘세계 3대 리그’ 중 하나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했다. 그러나 소속팀 레알 소시에다드에서의 부진으로 임대됐고, 그곳에서도 정착하지 못해 2005년 ‘울산 현대’의 부름을 받아 국내로 복귀했다.
국내로 복귀한 이천수는 펄펄 날았다. 팀을 우승시키고, 최우수선수상(MVP)까지 거머쥐었다. 클럽대항전에서도 골잡이로 실력을 입증했고, 이를 기반으로 또다시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로 이적해 유럽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유럽은 달랐다. 부진으로 출전조차 못하던 중 수원 블루윙즈를 통해 국내에 복귀했으나 이번에는 국내에서도 설자리가 없었다.
과거의 명성으로 자존심 강하고, 트러블메이커로 찍힌 이천수가 수원에서 방출되자 아무도 찾지 않았다. 이때 이천수를 불러들여 기회를 준 것이 2002년 월드컵 당시 코치였던 박항서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었다. 그러나 이천수의 그 ‘성질’은 곧 본색을 드러냈다.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심판에게 손으로 욕을 했다가 징계를 받았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을 추진하며 박 감독의 지시에 항명해 코칭스태프와 심한 언쟁과 몸싸움을 벌었다. 이 과정에서 김봉길 코치와는 주먹다짐까지 한 것으로 소문났으며, 이어 무단이탈을 감행해 ‘임의탈퇴’ 형식으로 한국축구계에서 추방당했다. 이후 사우디로 이적했으나 구단과의 마찰로 일본으로 옮겼고, 2011년부터 국내복귀를 모색했지만 그를 받아줄 팀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천수는 27일 인천에 입단했다. 인천의 감독이 다름 아닌 이천수와 몸싸움을 벌였던 김봉수여서 여러 가지 해석을 가능케 한다.
20대 천재로 불리던 이천수는 이제 없다. 이제는 유능한 축구선수라는 사실과 함께 인간 이천수의 면모를 입증해야 한다.
악동이던 그도 이제 30대의 나이여서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