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언 가슴으로 그토록 기다렸던 봄이 한창이다.
만물은 봄의 부름에 화답이라도 하듯 생기가 돌고 힘이 뻗친다.
생명이 약동하고 소생하는 계절의 하루하루가 이토록 고마울까 싶다.
두꺼운 옷을 벗어 던지는 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운데,
이름 모를 꽃들이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 있으니 마음 또한 날아갈 것만 같다.
사실 우리들 가슴을 포근히 적셔주는 것은 봄이다.
‘봄’이란 말만으로도 향기가 나고 신선한 기분이 감돈다.
봄의 자연을 마음 곁에 두고 사는 이웃들에게서 배시시 흘러나오는 미소가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봄날 같으면 좋겠다’는 말이 생겼나 보다.”
이해인 수녀의 ‘봄날 같은 사람’이라는 작품이다. 아니 작품이라기보다 봄에 대한 통찰이다. 또 구도자로서 삶에 대한 긍정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때는 생명이 발아하는 봄이다. 절기로도 경칩이 지났지만, 무엇보다 우리네 마음속에 봄이 찾아왔다.
누군가에게는 모진 겨울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응축한 겨울이었던 날들이 돌아갔다. 그리고 찬란한 햇살이 눈을 시리게 하는 봄이 돌아왔다.
죽음에 이르는 병과 싸우고 있는 수녀의 글이기에 봄은 생명으로 읽혀진다. 그래서일까.
투병중이라고 알려졌던 수녀는 암세포와 싸우는 게 아니라 친구삼아 지낸다고 하니 그답다. 병마와의 동거로 때로는 삶이 버거울 수도 있겠건만, 나이 일흔을 바라보는 소녀는 봄을 통해 긍정을 노래한다.
연초, 이해인 수녀는 대중들과 만나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역겨운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말로,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게 하소서”라는 시로 행복을 나눴다. 그는 2008년 앓게 된 직장암으로 삶의 소중함을 깨달았음을 이야기하며, 일상 속에서 아름다운 언어로 영혼을 가꾸고 행복을 찾으라고 권유했다.
그래, 내 삶이 소중하면, 타인의 삶도 귀중하겠지. 그저, 내게 주는 위로만큼 위로하며, 찬란한 봄을 함께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 봄, 서로에게 봄날 같은 사람이길 두 손 모아 본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