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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은 업무가 아닙니다”…시청자 ‘통쾌’

주인공, 슈퍼갑 계약직 ‘김혜수’
회식 거부하고 당당히 퇴근
정규직·계약직 신분차이 등
현실적인 에피소드에 ‘공감’

 

직장문화 비틀어 풍자 드라마 ‘직장의 신’ 화제

“내가 왜 너희 같은 애들을 ‘언니’라고 부르는 줄 알아? 식당에 가면 ‘이모’, ‘언니’ 하고 부르듯 너희도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야. 이름을 부를 필요가 없지.”

식품회사 Y장에서 엘리트 대접을 받는 장규직(오지호 분) 팀장은 3개월짜리 계약직 직원 정주리(정유미)의 얼굴에 이런 폭언을 던진다.

그 직전 정주리가 “팀장님을 위해서 일을 했다”고 한 말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 하던 장규직이 ‘어디 감히 계약직이 신분을 모르고 날뛰냐’는 요지의 말을 정주리의 얼굴에 퍼부은 것.

극성을 높이기 위한 과장법을 사용했겠지만 이 장면을 본 많은 샐러리맨들의 마음이 복잡했을 것 같다. 동료라는 이름으로 일을 하긴 하지만 회사 내에 엄연히 존재하는 정규직원과 계약직의 신분 차이, 그에 대처하는 여러 인간군상의 자세가 이 짧은 에피소드에 투영되면서 진한 여운을 남겼기 때문이다.

KBS 2TV 월화극 ‘직장의 신’이 직장 문화를 비틀어 풍자하며 방송 2회 만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인기 일본 드라마 ‘파견의 품격’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는 현실에는 없는 ‘슈퍼갑’ 계약직의 판타지를 구현한다.

프로젝트마다 높은 임금을 받고 고급스러운 일을 하는 ‘프리랜서’가 아니라 막힌 변기를 뚫고 정수기 물을 갈며 분리수거를 하고 이면지를 모으는 등 온갖 잡일을 하는 계약직원 미스김(김혜수)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 계약직원은 못하는 일이 없고, 어떤 일을 맡겨도 척척 해낸다. 그래서 매사 당당하다. 무엇보다 모든 비정규직의 희망인 정규직 전환에 대한 꿈도 없다. 아니, 전혀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자유롭다. 누구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업무시간 내에 맡은 일만 해놓고 퇴근하면 된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열악한 계약직의 임금으로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냐는 것. 드라마는 미스김이 업무 시간 외에 하는 일에 대해서는 엄청난 수당을 받는 것으로 설정해놓았다. 모두가 미스김의 도움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스김은 시시때때로 고액의 수당을 받는다.

‘직장의 신’은 정규직원과 계약직원 사이를 정확하게 가르는 동시에 정규직원 사이에서도 능력 정도에 따른 신분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방식으로 태생적인 갈등구조를 선명하게 그려놓았다.

 


tvN ‘꽃미남 라면가게’와 KBS 2TV 드라마스페셜 ‘달팽이 고시원’, ‘마지막 후뢰시맨’, ‘위대한 계춘빈’ 등을 통해 필력을 보여줬던 신예 윤난중 작가는 원작에서 일본풍을 최대한 걷어내고 우리의 현실과 감성에 맞는 에피소드를 버무려 시청자의 공감을 얻고 있다.

비록 창작극은 아니지만 ‘직장의 신’은 IMF 사태 이후 비정규직이 양산되며 우리 사회의 문제로 대두된 현실과 어떤 직장으로 배경을 옮겨놓아도 공감이 되는 보편적인 직장 문화의 단면을 풍자하며 여운을 남긴다.

물론 스스로 계약직의 삶을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는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의 존재는 판타지지만 그가 기존 직장 문화의 구태의연한 모습과 병폐를 통쾌하게 발로 걷어차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단적으로 지난 2일 방송에서 미스김이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다”, “핏줄이 섞여야 가족이냐. 회사 동료도 가족이다. 가족끼리 회식하자는 데 참석 안 한다고 할 수 있냐” 등 상사의 말을 뒤로 하고 퇴근하는 모습에 시청자의 호응이 이어졌다.

미스김은 “저는 직장을 다니지 교회를 다니지 않습니다” “회식은 업무가 아닙니다”라고 단칼에 자르고 표표히 퇴근한다.

제작진은 “미스김이라는 캐릭터가 도저히 한국사회에 있을 수 없는 히어로인 반면, 미스김이 현존하는 곳은 너무나 한국적이고 현실적인 곳을 배경으로 한다”고 밝혔다.

‘직장의 신’을 제작하는 KBS미디어의 정해룡 본부장은 “직장 내 계약직은 생존의 논리로, 정규직은 조직의 논리로 움직이는 모습을 풍자하면서 젊은 시청자와 현실을 직시해야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볼 만한 이야기를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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