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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섬진강 시인과 경찰작가의 만남

 

갈수록 인정이 사라지는 이 시대에 시인이 필요하다. 시인은 모름지기 가슴속에 순수한 영혼의 빛을 밝히는 별을 지니고 사는 사람 같다. 얼마 전 수원평생학습관에서 시집 ‘섬진강’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을 만났다. 그날 김 시인은 차분하고 진솔한 강의를 했다. 그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매혹된 청강자도 있었고, 가볍게 들려주는 그의 어조에 매혹된 이들도 있었다.

김 시인과 필자는 오래전에 작품을 통해 대면한 바 있지만 직접 대면하면서 오랜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5년 전쯤이었다. 필자가 ‘박 경장이 양말 파는 이유’라는 책을 경기경찰청에서 출간하면서 그와 인연이 되었고, 그 인연은 서로의 길이 다른 탓에 돈독히 이어지지는 못했다.

강의를 끝내고 우리 두 사람은 서울로 향했다. 경찰청 정훈관 일을 맡고 있는 필자로서는 김 시인을 초청해 특강을 마련한 입장이어서 강의 일정 등과 관련해 많은 대화가 필요했다. 그는 요새 서울 MBC 방송에 출연하느라 몹시 바빴고 강의할 시간을 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강의료가 적으면 거절한다고도 했다. 문학을 같이하는 입장이지만 필자는 매우 어려운 입장이었다.

김용택 시인이 전한 잊지못할 강의

두 시간 동안 차 안에서 나눈 대화는 퍽 인상적이었다.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그의 순수함과 진솔함에 놀랐다. 그의 가슴속에는 겨울바람에도 굴하지 않는 샛별이 영롱히 빛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 또한 정결했다. 그리고 그는 강의료도 받지 않고 강의를 하는 경우도 많았고, 받았던 강의료를 되돌려줘 봉사하기도 했다. 언론의 보도와는 전혀 다른 그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서정시인으로 손꼽는 도종환 시인은 국회의원이 되었고, 안도현 시인은 대선 기간 동안 어느 캠프에서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정치에 입문한 두 사람에 대해 이런저런 걱정을 나누면서 두 시간이 지나갔다. 오래전 필자의 장편소설 ‘그림자밟기’의 추천사를 써주었던 안도현 시인은 오랜 인연을 함께 나누고 있고, 얼마 전 출간한 ‘해남 가는 길’ 추천사 글도 쓴 늘 고마운 시인이다. 그의 아름다운 시들이 그가 정치현장에서 일하면서 손가락질을 받지 않길 바라지만 이 또한 나의 몫이 아니다.

김용택 시인은 자연의 시인이다.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받아쓰고 읽는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다. 김 시인은 영화보다 더 많은 평화로움을 주는 것은 없다고 한다. 실제로 그가 이창동 선생의 영화 ‘시’에 직접 출연한 것도 큰 화제였다.

수원평생학습관 강연회에서 그는 진지함과 신빙성, 진정성, 새롭게 보는 것, 뛰어난 감성과 사유가 모두 시의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들을 전했다.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들이 세상을 바꾸는 기초가 된다. 사람은 사랑하기 위한 일들을 모색한다. 내가 남을 귀하게 여기면 남들도 나를 귀하게 여긴다. 글쓰기는 종합예술이다.’

아름다운 영혼과 지식, 인성 등은 좋은 생각으로 비롯된다. 김용택 시인의 제자인 김슬기 초등학생의 시 한 편이다. 제목은 ‘아버지’이다. “아버지의 일은 회사일이다/회사일은 어렵겠다/일이 꼬이면 풀기가 어려우니까/줄넘기 두 개가 꼬이면/풀기 어려운 거 하고/회사일은 같겠다.”

시민들에 인문학의 행복 가득 전해

김 시인은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관심으로 받아들이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은 균형을 찾는 일이다. 시는 뛰어난 감성과 융합이 되는 멋진 사회를 만든다.

그날 경찰청의 많은 전의경들이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수원평생학습관에서 열린 김 시인 특강은 시민들에게 인문학의 행복을 가득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서울로 올라온 김용택 시인과 필자는 MBC 방송국에서 PD들과 도시락 식사를 나누었다. 그날 느낀 김 시인의 소탈한 심성은 필자에게 오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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