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1 (월)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이영숙 칼럼]학교폭력, 배려의 성품으로 풀어내기

 

지난 3월, 경북 경산시에서 한 고등학생이 학교폭력을 비관해 투신자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모군은 상습폭행, 금품갈취, 집단 성희롱 등의 가혹행위를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당해왔다고 한다. 특히 자살 직전 작성한 유서에 ‘교실이나 화장실 등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주로 괴롭힘을 받았다’며 학교폭력에 대한 어른들의 적극적인 대책을 호소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사건이 더욱 논란의 쟁점이 된 이유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가해학생들이 보인 ‘무감각한 태도’ 때문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은 폭력 사실 가운데서 일부 혐의만 인정하고 별다른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등 무덤덤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돈을 빼앗은 게 아니라 다른 학생에게 돈을 빼앗길까봐 대신 보관하면서 같이 썼다”고 진술하는가 하면, 가해학생 중 한 명이 “사죄합니다. 지은 죄만큼 벌 받고 오겠습니다”라고 올린 카스(카카오스토리)에 친구들이 “뭘 잘못했는데 니가”, “사나이는 한 번쯤 징역 갔다 와도 된다” 등의 댓글을 달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폭력을 휘두르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 가혹행위와 수치심을 안겨주고도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더 심각하다.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공감하는 능력이나,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성품을 가르치지 않은 결과가 제2, 제3의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성품이란, 한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의 총체적 표현이다. 오늘날 학교폭력이 갈수록 심화되고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아이들이 어른들로부터 좋은 성품으로 돌보는 경험을 한 적도 없는 데다, 아이들을 입시제도의 무한경쟁 속으로만 내몰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이들은 지울 수 없는 분노와 상처, 분리와 상실, 욕구 좌절, 거절감, 성적 학대나 가정 폭력 등을 겪으며 유년시절을 보낼 수밖에 없다. 결국 자신의 아픔에만 집중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성장하여 다른 사람의 고통에는 둔감해지고, 자신의 내면이 아픈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파괴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이런 학생들을 사랑과 관심으로 잘 관찰하여 그 원인을 파악하기보다는, 그들의 행위에 대해 벌을 주고 징계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식이 더 강한 듯하여 안타깝다.

배려란,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하여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하여 보살펴 주는 것이다. 누가 이들을 분노하는 아이들로 만들었는가? 사실 이들은 ‘나쁜 아이’들이 아니라 ‘아픈 아이’들이다. 가해자의 프레임으로 고정하기 전에 또 다른 피해자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들이 학교폭력의 병적인 증상으로 내면의 분노를 폭발하기까지는, 수없이 많이 ‘관심 받고 사랑 받기 원하는 존재’임을 가정과 학교, 사회에 나름대로 표현했을 것이다.

결국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좀 더 사랑과 관심을 갖고 관찰하며 서로를 보살펴 주는 배려의 성품이 필요하다. 잘못을 비난하고 질책하기 전에 눈을 돌려 분노하는 아이들 안에 숨겨진 내면의 욕구에, 공감하고 품어주고 배려해 주는 사랑이 더 큰 아픔을 예방하게 된다.

공감인지능력이란, ‘다른 사람의 기본적인 정서 즉 고통과 기쁨, 아픔과 슬픔에 공감하는 능력으로 동정이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정서적 충격을 감소시켜 주는 능력’이라고 필자는 피력한다. 학교폭력, 왕따, 우울증, 자살 등의 시대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어른들이 먼저 좋은 성품으로 거듭나야 한다. 내면에 분노를 키우지 않도록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의 숨겨진 의존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방치되지 않도록 고통의 감정들을 어루만져줘야 한다. 그리고 배려의 성품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현장에서의 적극적인 성품교육이 도입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은 독자적인 범주로 구분지어 생각할 수 없다. 가정과 학교, 사회적으로 우리 자녀들을 진단하고 좋은 성품으로 배려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