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22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경기지역본부 8M층에 마련된 채무조정 접수센터를 찾은 김모(49·여·안성시) 씨는 절망의 늪에서 희망의 끈을 잡은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빚이 얼마나 탕감될지는 모르겠지만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기대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빚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이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신청 가접수 첫 날, 접수창구는 ‘빚탈출 물결’로 북적댔다. ▶관련기사 7면
이날 캠코 경기지역본부는 접수센터 내에 5개의 창구를 마련하고 상담과 접수를 진행했다.
다소 한산했던 접수센터는 오전 11시를 넘기면서 신청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 이내 시장통을 이뤘다. 번호표는 11시20분 기준 90번째를 넘기고 있었다.
번호표를 뽑아들고 자리에 앉아 창구 앞에 설치된 대기번호 모니터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생각보다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연신 한숨을 내뱉다 밖으로 나가 휴대전화로 지인에게 하소연하는 사람부터 필요서류를 준비하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신청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곳을 찾았다고 사연을 밝혔다.
개인사업을 하다 빚더미에 앉게 된 강모(38·화성시) 씨는 “일단 신청을 하지만, 심사결과 부담이 크게 줄지 않을 경우 개인회생 신청을 할 계획”이라며 “이 제도의 도움으로 빚을 완전히 갚게 되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빚 독촉에 지쳐 ‘가접수를 하면 추심이 중단되는 사실’을 이용하는 신청자도 눈에 띄었다.
신분 노출을 꺼렸던 김모(35) 씨는 “채무조정 가접수를 하면 추심을 할 수 없다고 들었다”면서 “매달 3~4회씩 채권 추심업체로부터 받는 빚 독촉에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아 일단 접수하러 왔다”고 귀띔했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캠코 경기지역본부와 수원역 등 2곳의 창구에서는 236건의 번호표가 발급된 가운데 76건(본부 72건, 수원역 4건), 도내 농협은행은 189건의 채무조정신청이 각각 접수됐다. 특히 캠코 콜센터는 통화량이 폭주해 한때 마비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전국의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신청 건수는 오후 6시 마감 결과, 1만2천367건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