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2 (화)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데스크 칼럼]호란행(胡亂行) 금지

 

역시 김문수다.

시애틀 등 미국 서부 방문 4박5일 만에 모두 2억4천500만 달러(한화 2천747억여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1천542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니 말이다. 이 엄청난(?) 전리품을 앞세우고 김 지사는 지난 21일 금의환향했다.

이 가운데 백미(白眉)는 누가 뭐래도 김 지사가 경기도와 시흥시, ㈜신세계사이먼과 함께 시흥시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조성하기로 한 투자유치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한 대목이다.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지만 ㈜신세계사이먼이라는 한·미 합작회사가 김 지사와 이번 LOI(투자유치의향서)를 통해 1억 달러(1천1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는 것은 세계가 김 지사의 영도력(?)을 인정했다는 것의 반증이다.

이 엄청난 실적에 스스로 감격해서일까. 김 지사는 지난 20일 미국에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신세계와 미국 사이먼-시흥시-경기도 사이에 1억 달러를 투자해 시흥 군자매립지에 프리미엄 아울렛을 하겠다는 LOI를 맺었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어 21일 “도는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행정적 지원을 적극 전개하고, 제조업 중심의 시흥시를 서비스산업과 조화되는 명품도시로 발전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단하다.

필름을 잠시 돌려보자.

지난 17일 투자단장인 김 지사는 출국에 앞서 “북한이 도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한국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알리고 투자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방미를 결정했다”고 눈물겨운 결기를 밝혔다. 제갈량(諸葛亮)이 유선(劉禪)에게 바친 출사표(出師表)에 버금가는 명문(名文)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김 지사가 미국에서 가져온 전리품을 어루만지며 기쁨에 취해 있던 그 다음날 경기도와 시흥시가 반기를 들었다. 언감생심, 감히 대권주자였던 도지사에게…. 말이 안 된다. 게다가 경기도와 시흥시가 감히 김 지사의 공언(公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니. 그런데 아니다.

이들은 ㈜신세계사이먼사가 시흥시내 어느 부지에 아웃렛 매장을 건립할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지사가 군자매립지라고 밝혔다고 근거를 들이댔다. 또 신세계사이먼사는 시흥시에 투자하기로만 약속했을 뿐 현재 군자매립지와 토취장 등을 두고 고심 중인 상태라고 확인사살까지 했다. 이와 함께 부지 확정을 위한 이사회도 개최하지 않았다며 도백(道伯)을 몰아붙였다.

게다가 경기도는 “아마도 의향서 체결 당시 현장에서 군자매립지가 많이 거론돼 김 지사가 잘못 알고 이야기한 것 같다”고 김 지사를 치매노인(?) 취급까지 했단다. 눈물겹다.

시흥시도 “김 지사가 왜 그런 글을 올렸는지 모르겠지만, 부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정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단다. 나는 멘붕이다. 이들은 왜 곧고 영민한 김 지사를 무능력한 노인(?)으로 음해하는지,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무엇이 진실인지, 삼자대면을 하고 싶지만 그럴 권한이 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 하나만 하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다.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서 “바꿔줘, 틀려도 너~무 틀리니까, 바꿔줘~!”라는 말은 나오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대권을 꿈꿨던 분이라면 더욱 그럴 게다.

이제 김 지사는 기억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안재성과 박노해는 김 지사의 권유로 소설과 시를 썼단다. 아이러니다.

지난해 9월, 김 지사와 함께 노동운동으로 청춘을 보낸 소설가 안재성의 인터뷰 기사로 잡문(雜文)을 접는다.

‘김문수 형, 이제 그만 돌아오세요.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가 영혼마저 호랑이에게 먹혀버린 비극의 주인공인 당신, 더 이상 역사의 죄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안들은 다 놔두더라도 4대강 죽이기를 강행하는 것만으로도, 제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동네 여주 이천의 강들을 흉측하게 파헤쳐 놓은 오늘의 죄업만으로도 역사의 죄인일 수밖에 없습니다.’(산문집 “따뜻한 사람들과의 대화” 가운데 ‘호랑이를 잡으러 떠난 김문수 형, 이제 그만 돌아오시지요?’ 가운데 한 토막). 입이 쓰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