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5주년을 맞은 동물원 멤버들(박기영, 유준열, 배영길)은 각자의 직업이 있지만 “하고 싶은 음악은 꼭 하겠다”는 의지로 동물원을 지켰다.
이들은 명맥을 이어온 시간을 팬들과 자축하기 위해 다음 달 16∼26일 종로 2가의 복합 문화공간 반줄(Banjul)에서 ‘봄(春), 종로에서’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펼친다.
유준열은 “우린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음악이 삶 자체가 되고 싶지 않았다”며 “음악과 거리를 두자는 게 우리 생각이었는데 그랬기에 오래 같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원은 남들 공부할 때 음악이 좋았던 일곱 청춘(故김광석·유준열·김창기·박기영·박경찬·이성우·최형규)이 모여 곡을 쓰고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며 시작됐다. 1988년 1집 ‘거리에서’를 시작으로 2집까지 멤버 전원이 참여했지만 3집부터는 솔로 앨범 준비, 입대, 취직 등 개인사를 이유로 자연스럽게 ‘들락날락’을 반복했다.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인 배영길은 6집부터 정식 멤버로 합류했고 지금의 3인조로 활동한 건 2001년 8집부터다.
구속력이 없는 울타리에서 태어난 음악은 풋풋하고 반듯하고 서정적이었다. ‘변해가네’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널 사랑하겠어’ 등은 세월에 녹슬지 않고 여전히 명곡으로 꼽힌다.
음악에 과욕을 부리지 않았던 행보대로 25주년 공연도 대형 무대보다 100석이 안 되는 소극장을 택했다. 대외적인 과시보다 ‘우리가 25년을 같이 했구나’라고 멤버들끼리 되새기는 자리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봄에 가장 잘 어울릴 색다른 장소, 청년기 음악 하던 추억의 장소를 물색했고 종로를 떠올렸다.
유준열과 배영길은 “1980년대 대학 시절 종로는 대학생들이 모이는 중심이었다”며 “학사주점이 있고 디스코텍도 많았던 곳이다. 우리와 무관하지 않은 곳”이라고 웃었다.
이들은 현재 각자 다른 직업이 있다. 박기영은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유준열은 광학기기업체인 신한과학 옵틱스 대표, 배영길은 시나리오 작가다.
그렇기에 동물원은 더없이 남다른 의미다.
유준열은 “동물원은 소중한 장난감”이라며 “아이들이 장난감을 갖고 놀 때 싫증을 잘 내지 않나. 난 장난감이 질리면 안 되니까 숨겨놨다가 다시 꺼내 노는 것이다. 음악과 거리를 두는 이유도 재미없어지면 살아갈 낙이 없기 때문”이라고 웃었다.
박기영은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라며 “마음 놓고 음악 할 수 있는 터전인데 한편으로는 내 음악적 상상력을 가두는 틀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볼 때 동물원이란 틀을 염두에 두고 바라볼 테니 낙인일 수도 있다”고 진지하게 거들었다.
“고향이 된 타향이죠. 전 다른 걸 하겠다고 생각이 참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 타향이던 곳이 고향이 됐어요.”(배영길)
동물원은 봄 공연을 시작으로 여름, 가을, 겨울에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다니며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