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 진자리 철쭉이 주인이다. 붉은 물 뚝뚝 흘리며 5월의 바람을 무던히도 붉히고 있다. 철쭉에 취한 바람 여기저기 내걸린 가정의 달 행사 현수막을 뒤적인다. 비 온 뒤 적당히 푸르러진 들판이며 연초록의 나무들, 어느 곳에 시선을 주어도 생동감이 넘친다.
하천 변 잘 정비된 산책로를 걷는다. 들꽃을 지나쳐 물살이 밀어주는 방향으로 생각을 밀고 가다 아이들 한 무리와 마주친다. 징검다리를 오가며 즐거워하는 초등학생들과 행여 안전사고가 생길까 염려하며 아이들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선생님이 정겨워 보인다. 이렇게 햇살 좋은 날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보다는 야외수업을 하며 자연과 한 통속이 되어 보는 것도 좋겠다.
흑백의 영상처럼 스쳐가는 유년이 그립다. 책가방 속에 공깃돌을 가득 담아와 마당 한켠에 쏟아놓고 따먹기를 하고 징거미를 잡겠다고 개구리 뒷다리를 소쿠리에 매달아 방죽에 담가놓곤 했다. 찔레꽃 줄기를 꺾어 간식 삼아 먹고 아카시아 한 움큼 훑어 입안에 넣고 씹다보면 꽃 속에 들어있던 벌이 우지직 씹혀 비명을 질러대던 때가 지금의 저 아이들 또래였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4학년 때가 가장 즐거웠고 기억에 남는다. 아련한 추억의 중심에 담임선생님이 있었다. 시골 학교에서 전근 오신 선생님은 키는 작고 까무잡잡하고 성격은 유순하며 영락없는 시골 농부 같은 분이었다. 음악시간만 되면 ‘내 고향 가고 싶다. 그리운 언덕’을 풍금에 맞춰 부르며 입술을 파르르 떨던 선생님을 보면서 얼마나 고향이 그리우면 저러실까 하는 마음에 가슴이 짠해오곤 했다.
선생님은 과거를 체험하는 것도 중요한 공부라며 일주일에 한 번은 책가방 대신 보자기에 책을 싸서 어깨에 둘러메고 오도록 했고, 점심시간에는 우리 반 도시락을 커다란 양푼에 모두 쏟아 비빔밥을 만들어 함께 먹으며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쳤고, 성적이 떨어지거나 잘못을 저지르면 칠판에 손을 얹고 회초리로 손 등을 때렸다.
소풍날이나 운동회 등 학교의 행사가 있으면 고아원 아이들을 먼저 챙기던 선생님, 무서울 땐 호랑이 같지만 한없이 인자하고 정이 넘치는 분이었다. 오늘따라 선생님이 더욱 그립다.
저 아이들은 커서 지금의 순간과 선생님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예전에 비해 놀이문화와 체험도 많이 달라졌다.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시간보다 학원이나 컴퓨터와 친하고 혼자 지내는 것에 더 익숙한 아이들이 많다. 자기중심적으로 변하는 현실 속에서 예와 도를 지킬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기성세대의 몫이기도 하다.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시절이 간절해지고 선생님이 잊히지 않는 것을 보면 교육의 힘이란 대단한 것이다. 선생님의 말씀 하나, 가르침 한 꼭지가 아이의 장래를 결정하기도 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학교 내 폭행과 폭언이 난무하고 학교가 두렵다는 어느 교사의 하소연 속에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이며 사제 간의 도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참된 가르침과 배움이 있고 올곧은 정신을 바로 세울 때 교육의 미래가 밝아진다.
서로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존중과 존경으로 스승의 가슴에 달아주는 한 송이 꽃이 고귀한 가치이고 진정한 감사이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상 대상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