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그제 19대 국회의원의 공약이행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선거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라는 항간의 속설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분석이다. 분석 결과를 음미해 볼수록 선거제도와 정치개혁에 대해 적지 않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에 분석 대상으로 삼았던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 240명 가운데 조사에 응해 정보를 공개한 의원은 67% 수준인 161명에 그쳤다. 나머지 79명은 자신의 공약 이행률을 밝히는 것조차 두려울 만큼 자신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응답 의원의 평균 공약 개수는 27.43개였으나 비공개 의원들의 평균 공약 수는 그 두 배에 이르는 53.18개였다. 표를 얻기 위해 공약을 남발하고, 뒷감당은 나 몰라라 했다는 의미다. 그런 의원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것은 결코 낮은 비율이 아니다.
정보를 공개한 의원들의 공약 완료율은 평균 12.16%였다. 추진 중인 공약이 81.75%이고, 나머지는 보류되거나 폐기되었다. 경기도 국회의원들은 31명이 정보 공개에 응해 완료율 17.83%를 기록했고, 인천은 8명 공개에 완료율 9.31%였다. 당선 첫 해의 실적이긴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공약 추진 출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비율이다. 10가지 공약 가운데 겨우 한두 가지 공약을 지켰을 뿐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추진 중이라고 밝힌 공약의 완수 결과를 임기 말까지 지켜보아야겠으나, 이 대목 역시 일단 표가 되는 빈 약속을 던지고 보자는 잘못된 관행이 초래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공약 내용을 국정 관련과 지방 사안으로 나누어볼 경우 그 비율이 1:2나 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다시 말해 국가적 의제 1가지에 지역 민원성 공약 2개꼴이다. 국회의원은 지역의 대표로 선출되지만 독립적 국가기관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 본분을 잊은 공약 남발이라 할만하다. 입법 관련(25.46%)보다 재정 관련(63.54%) 공약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정과 직결되는 입법 활동보다 ‘내 지역구를 위한 예산 따내기’가 관심의 초점인 것이다.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의 공약이 상당수 중복된다는 사실도 지적되었다. 양자의 역할과 임무가 엄연히 다르나 선거구민들을 의식하고 공약 경쟁을 벌이는 탓이다.
국회의원의 빈 약속을 줄이고 국가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출방식 자체를 비례대표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본다. 현행 소선구제 하에서는 이번 분석과 다른 결과를 얻기 어렵다. 차제에 공약(空約) 남발의 함의를 충분히 논의해서 낙후된 정치구조와 선거제도 개혁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