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시와 서울 광진구청이 10년 가까이 유치 경쟁을 벌여온 아차산 국립고구려박물관 건립계획이 정부의 묻지마식 늑장행정에 또다시 장기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아차산 국립고구려박물관 건립을 위한 기본계획 연구용역에 나서면서 사업 추진에 가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됐지만, 올해 예정된 예비 타당성 조사가 보류되고 기본계획 용역 결과도 관련 지자체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갈등의 불씨가 지자체에서 정부로 확산되고 있다.
14일 경기도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따르면 아차산 국립고구려박물관 건립계획은 문체부가 지난해 6월부터 올 4월까지 건립에 대한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기본계획 연구용역에 나서면서 재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왔다.
지난 2월에는 관련 지자체 관계자와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용역 결과를 중간 보고하는 공청회도 열렸다.
이는 지난 2004년부터 아차산 경계에 걸친 구리시와 광진구가 박물관 유치 경쟁에 나선지 9년여 만에 본격적인 추진 움직임을 보인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지자체 간 유치 갈등, 유적의 연구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 추진을 보류했었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구리시, 서울 광진구는 올해 완료된 용역 결과에 따라 박물관 유치를 위한 체계적인 전략을 구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체부가 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향후 사업 일정에 대해서도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면서 도와 구리시에 이어 서울 광진구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체부는 지자체의 용역결과 공개 요구에 대해 지자체 간 갈등소지가 있어 비공개로 하고 유효기간이 끝나는 2년 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박물관 건립에 대한 당위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건립계획이 없고, 다음 단계의 용역인 예타 조사도 당분간 예산 확보가 어려워 실행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혀 지자체의 혼란만 유발하고 있다.
도와 구리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가 어느 한 쪽에 유리한 논란의 소지가 있어 비공개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정부가 추진 의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자체 간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고 행정력을 낭비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광진구 관계자도 “정부에서 사업 추진여부를 조속히 결정하지 않는다면 지자체 간 중복 투자 등 행정 소모전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구리시는 박물관 유치를 위해 아차산 역사공원 조성사업(아천동 산49-1번지 일원)을 추진중이다. 광진구도 박물관 예정지(광장동 384-8일대)를 매입해 우선 역사공원 조성용도로 지정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박물관 건립에 대한 정책적 수립이 결정되지 않아 사업 추진에 대해 어느 것도 검토되지 않고 있다”며 “기본계획 용역도 건립 필요성에 대해 알아본 것이지 구체적 방향을 결정하고 착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