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 물범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백령도에서만 서식한다. 그래서 그 희귀성 때문에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백령도가 항상 긴장이 감도는 특수 지역임을 감안, 평화와 생명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때문에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공식 마스코트로 지정되기도 했다. ‘점박이 물범이 한반도 긴장완화는 물론 일부 분쟁지역에서 나타나는 이념 및 종교대립의 벽을 넘어 아시아 평화의 전도사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미’라는 것이 지정 이유다.
귀하신 몸, 그들이 자태를 뽐내는 곳은 백령도 북동쪽 1㎞ 지점 물범바위. 몸길이 1.4~1.7m, 몸무게 82~123kg로 물범치고는 비교적 작은 체구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은 여유로움과 한가로움 그 자체다. 특히 피부가 회색과 황갈색 바탕에 검은색과 흰색 점무늬가 있어 귀족적인 분위기까지 풍긴다.
천연기념물 제331호인 이런 점박이 물범이 백령도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환경학술단체인 환경안보아카데미는 한강유역환경청과 공동으로 백령도 인근 물범바위 주변에서 점박이 물범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22마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초 백령도 주변에서 182마리가 확인된 것에 비해 88%(160마리)나 줄어든 수치라는 것이다.
2002년 340여 마리에 달하던 것을 감안하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환경안보아카데미 측은 중국어선의 무분별한 싹쓸이 조업이 점박이 물범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싹쓸이 어업으로 점박이 물범의 먹이가 되는 어족자원이 고갈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점박이 물범의 개체수가 감소하자 이를 막기 위해 백령도 일원 해역을 올 9월 이전에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키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는 6월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이다. 그동안 방치한 원죄(?)를 씻기 위해서라도 떠난 점박이 물범이 다시 백령도를 찾을 때까지 세부적인 후속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그리고 보호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는 일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인간과 점박이 물범은 자연과 생업을 사이에 두고 서로 공존해야 될 숙명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