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발표한 19집 ‘헬로’(Hello)로 올봄 신드롬을 일으킨 조용필은 20일 서울 서초동 YPC프로덕션 연습실에서 전국투어 공연 연습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그는 열풍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채 오는 31일 체조경기장에서 시작되는 전국투어를 위한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었다.
“두 달 전에 공연 레퍼토리를 만들었는데 19집에서 8곡 정도 선보입니다. 19집 곡들의 리듬이 단단해서 기존 곡들과 어울리도록 레퍼토리를 수정하고 또 수정했죠. 살맛 나냐고요? 오히려 긴장된 삶입니다. 하하.”
19집의 신드롬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음악으로 평가받으며 음원차트 1위,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는 물론 판매량이 20만 장에 육박했다. 공연은 음반 발매와 함께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같은 반응은 운 좋게 나온 게 아니다. 그의 앨범 작업 과정을 들여다보면 철두철미한 프로 정신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스스로도 ‘빡센’ 작업이었다고 했다.
사실 19집은 지난 10년간 세 번이나 준비를 했다가 물러선 앨범이다.
홀로 곡을 쓰다가 막히면 잠시 접어두고 다른 곡을 잡았다가 또 막히면 포기하는 과정이 반복되자 자책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렀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공연 일정을 모두 접고 미국, 영국, 태국 등 5개국을 돌며 작업했다.일단 과거의 자신을 붙들고 있으면 구태(舊態)라는 생각에 자신을 버리기로 했다. 현재와 미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모든 걸 바꾸기로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1990년대 초까지는 의무적으로 음악을 생산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10년의 공백기가 있었고 미래로 가야 하니 과거의 저를 버릴 수밖에 없었죠. 미래로 가도 될까 말까 하잖아요. 이번 공연 제목에도 45주년이란 걸 한마디도 안 붙였어요. 다 바꿔야 했거든요.”
그로인해 조용필 세대인 중장년층 팬들만을 위한 음악을 만들 수 없었다.
그는 “그 세대들 때문에 한 게 절대 아니다”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가자’는 생각 하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집의 해외 발매를 염두에 두면서 수록곡 ‘바운스’와 ‘걷고 싶다’의 뮤직비디오도 촬영하기로 했다. 최근 충남 태안 바닷가에서 촬영한 ‘걷고 싶다’ 뮤직비디오에서는 직접 립싱크로 출연도 했다며 멋쩍어 했다.
그러면서 그는 20집 작업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19집을 만들면서 코드 진행과 악기 쓰는 방법, 믹싱 과정 등을 더 깊이 알았어요. 이번 앨범이 너무 세서 파격적인 모양새가 될 수 있을까 부담은 되지만 분명한 건 20집은 더 강하게 갈 겁니다. 쉬우면서도 음악적이고, 간단하면서도 복잡한 멜로디를 절묘하게 조화시키는 게 관건으로 해외 뮤지션들과 공동 작업을 할 겁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그는 자신이 무대에 서는 마지막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는 듯했다.
그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지막 공연을 봤을 때 너무 슬펐다”며 “난 객석이 내 음악을 들을 때까지 한다는 건 솔직히 자신이 없다. 무대에서 두 시간 반 동안 공연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스스로 물러설 것이다. 아니면 내가 너무 가슴 아플 것 같다. 그래서 운동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발버둥치겠다”고 빙긋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