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최근 도내 공공기관 12곳 중 대기업에 구내식당 운영을 맡긴 4곳에 대해 대기업 입찰 참여를 배제토록 권고했지만 대상기관 대부분이 지난해와 올해 이미 계약을 갱신, 중소기업 참여가 최소 1년에서 5년 이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공공기관 구내식당 위탁운영에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 급식업체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지만, 도가 1년을 넘겨 뒤늦게 조치에 나서면서 ‘늑장 행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 입찰 참여제한이 강제가 아닌 권고수준에 그쳐 중소기업 참여가 실제 가능할 수 있을지 실효성도 미지수다.
23일 경기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는 이달 열린 도의회 도정·교육행정 질의에서 권오진 의원의 지적에 따라 대기업에 구내식당 위탁 운영을 맡긴 4개 공공기관에 대해 지난 13일 대기업 입찰 참여를 배제토록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4개 공공기관은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위탁업체 한화리조트) ▲한국나노기술원(삼성에버랜드) ▲경기테크노파크(현대푸드시스템)▲경기영어마을(LG아워홈) 이다.
하지만 도가 뒤늦게 조치에 나서면서 4곳 중 3곳이 대기업과 2~5년의 장기 계약을 이미 체결했다.
경기중기센터는 지난 2008년부터 위탁업체로 선정된 한화리조트와 올 1월 계약을 갱신, 오는 2017년 12월에나 중소기업들의 단독 참여가 가능하다.
한국나노기술원과 경기테크노파크는 지난해 7월, 9월 각각 대기업 측과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해 대기업 참여제한이 오는 2014년 6월과 2015년 9월 이후에나 가능하다.
경기영어마을은 지난 2011년 5월 LG아워홈과 계약해 4곳 중 가장 빠른 내년 3월 계약기간이 마무리된다.
만약 지난해 3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에서 대기업을 제외한 직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면 4곳 중 3곳은 대기업 참여가 불가능했던 셈이다.
도내 한 중소 단체급식업체 대표 K씨(42)는 “도가 뒤늦게 권고에 나서면서 중소기업 참여가 몇 년 더 늦춰져 대기업의 살 길만 열어준 꼴”이라며 “공공기관에서 조차 대기업을 밀어주면 중소업체들은 살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참여 배제가 권고수준에 그쳐 실효성도 의문이다.
한국나노기술원 관계자는 “하루 평균 800여명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으로 위생 안전성, 대규모의 식자재 공급, 가격 경쟁력 등의 요건을 갖춘 업체가 필요해 사실상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향후 입찰조건에 대기업 참여 배제조건을 수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정부의 대기업 배제방침도 권고 수준으로 도에서 일정 기간 내에 곧이어 또는 강제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도의회의 지적에 따라 권고공문을 하달했지만 공공기관이 대기업 배제를 수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