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김포시 대곶면 대능리에 위치한 LP 공장인 ‘LP팩토리’에서는 생산 라인이 쉼없이 돌아간다. 오는 30일 발매될 조용필의 19집 ‘헬로’(Hello)의 LP 주문량 1만 장을 출시일까지 맞추느라 분주했다.
LP팩토리는 국내에서 마지막까지 LP를 찍은 공장인 서라벌레코드가 폐업한 후 6년 만인 2011년 9월 문을 연 국내 유일의 LP 공장이다.
이 공장에서는 지금껏 패티김, 고(故) 김광석, 림지훈, 얄개들부터 빅뱅의 지드래곤 등 아이돌 그룹들의 음반까지 모두 4천300장의 LP를 찍어냈다.
이런 흐름에서 조용필의 LP 주문량이 1만장에 달하니 공장 가동률이 높아진 상황이다.
디지털 매체의 변화로 설 곳을 잃은 LP가 곳곳에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제3회 레코드 페어’에는 1천500∼2천여 명의 음악 애호가가 찾았다. 40여 개 레이블과 소매상, 턴테이블을 판매하는 음향기기업체 등이 참여해 수만여 점의 LP와 CD 등 음악 관련 상품이 전시 및 판매됐다. 주최 측은 회가 거듭할수록 매출이 조금씩 늘어나 올해는 1억5천만∼2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특히 이상은, 미선이, 브로콜리 너마저, 이이언, 조원선, 서울전자음악단의 한정반 LP가 각각 300∼500장씩 발매돼 큰 호응을 얻었다.
모두 LP팩토리에서 찍어낸 것이다.
‘레코드 페어’를 기획한 김민규 일렉트릭 뮤즈 대표는 “여섯 팀의 한정반 LP가 음악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며 “또 LP뿐만 아니라 턴테이블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영국처럼 LP의 성장세가 폭발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LP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변화의 조짐은 분명 있다”고 설명했다.
LP팩토리의 이길용 대표도 “뮤지션들은 공들여 만든 음악이 사람들의 휴대전화에 며칠간 저장됐다가 사라지는 게 아쉬워 자신들의 음악이 좀 더 오래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음악팬들은 턴테이블이 없더라도 수집 목적의 소장용으로 LP를 구입하면서 출시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이 대표는 아이돌 가수의 경우 공연장에서 판매할 MD 상품으로 찍거나 LP 발매를 통해 뮤지션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아직 느린 걸음이지만 미국과 영국의 LP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 매년 4월 셋째 주 토요일 미국과 영국 등지를 중심으로 열리는 ‘레코드 스토어 데이’에선 올해 행사 주간 미국에서만 LP 24만여 장이 팔려나갔다.
레이디 가가, 뮤즈, 오아시스, 마룬파이브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가 LP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구입 연령대도 한층 젊어졌다.
LP 전문 음반제작사를 운영하는 서보익 키오브 대표는 “젊은 층에게 LP는 복고 문화라기보다 새로운 문화”라며 “휴대전화로 파일을 내려받아 듣다가 나만의 남다른 문화를 즐긴다는 개념이 들어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이어 “CD에서 디지털 매체로 옮겨가면서 10여년 간 편리하게 음악을 듣던 장점을 좋아한 사람들이 이제 싫증 난 측면도 있어 나만의 컬렉션을 보고 만질 새로운 매체를 찾게 된 시기”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LP의 재발견은 최근 가요 시장에 부는 아날로그 감성의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LP가 내는 인간적인 소리의 매력이 재조명된 덕이라는 것이다.
국내 가수들의 희귀 LP 등 4만장을 소장한 대중음악평론가 박성서 씨는 “LP는 녹음 당시의 원음을 왜곡없이 재생한다”며 “병풍을 쳐놓고 LP를 틀면 병풍 뒤에서 가수가 노래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린다. 기계로 재생하지만 인간의 목소리에 가장 근접한 울림을 고스란히 재현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며, 이런 점 때문에 기록물로서의 가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