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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의 꿈을 실현하는..김 혜 수

“흥분과 욕망을 자극한 배역이었어요”
미스김 연기하며 용기 위로 받아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숱한 화제
성장만 생각한다면 스스로 피폐해져
배우로서 부족한 점 인정 욕심 버려

 

김혜수가 아닌 미스김을 상상할 수 있을까.

최근 종영한 KBS ‘직장의 신’ 속 미스김은 어찌 보면 대중의 눈에 비친 ‘톱스타’ 김혜수와 많이 닮았다. 등장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아우라와 어떤 상황에도 쉽사리 흐트러지지 않는 위엄. 여기에 당당한 말투와 눈빛까지 미스김의 존재감은 상당 부분 김혜수와 겹친다.

그러나 존재감만으로 김혜수의 미스김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웃음과 눈물의 경계를 아는 ‘배우’ 김혜수가 있었기에 미스김도 탄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청담동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혜수는 미스김과 이별이 못내 아쉬운 모습이었다.

그는 “미스김이 보고 싶다”며 “드라마를 하면서 이런 감정을 가져본 게 ‘짝’ 이후 처음인 듯싶다”고 했다.

그만큼이나 미스김을 향한 대중의 사랑은 컸다.

자격증만 120여 개에 주어진 업무는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지만 ‘회식은 내 업무가 아니다’라며 칼같이 거절하는 미스김의 모습은 숱한 직장인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김혜수 역시 “미스김은 사회적 약자들의 꿈을 실현하는 인물 같았다”며 “비현실적이지만 멀리 있는 느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스김은 우리가 만나지는 못했지만 마음 속에 품은 캐릭터”라고 봤다.

“미스김의 카타르시스는 복합적이에요. 황당하지만 미국식 영웅과는 다르죠. 영웅적인 행동을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많이 벗어나지는 않아요. 미스김이 핵폭탄을 막거나 무너진 다리를 들어 올리지는 않잖아요. 그런 수위가 미묘했다고 봐요.”

그는 “연기를 하면서도 이런 캐릭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스김을 연기하면서 나도 힘과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혜수가 ‘직장의 신’을 선택한 이유도 미스김 때문이었다.

김혜수는 “순전히 대본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며 “배역이 와 닿았다. 배우로서 흥분과 욕망을 자극하는 배역을 맡으면 가장 행복한데 이번이 그랬다”고 밝혔다.

그는 “대중의 기호에 대한 감은 떨어져 이런 호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다만 신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며 웃었다.

김혜수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미스김의 활약과 맞물리며 숱한 화제를 불러왔다. 노래방 장면에서는 현란한 탬버린 실력을 볼 수 있었고, 홈쇼핑 모델로 분한 장면에서는 내복 차림의 ‘섹시스타’를 만날 수 있었다.

“미스김은 재능이 현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무슨 일을 하든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혀를 내두를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저 정도면 수당 줘도 되겠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요. 탬버린 장면에서는 탬버린 달인이 촬영장에 오셨는데 너무 기술적이라 따라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에서 본 달인의 동작을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따라 했어요. 그렇지만 동시에 진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김혜수는 20년 넘게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줄곧 톱스타자리를 지켰다. 그는 이제는 배우로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쓸데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합니다. 배우는 연기로 증명해야 한다지만 연기라는 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만 보여주는 건 아니잖아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것들이 있어요. 예전에는 그런 부분을 내가 극복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로 생각했다면 어느 지점부터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늘 성장만 염두에 두고 뭔가를 한다면 스스로 피폐해질 것 같다. 나 스스로 배우로서 만족하지 못한 순간이 있어도 지금 나는 이 정도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한다”면서 “어떨 땐 주변의 도움을 받아 내 능력 이상의 칭찬을 받을 때도 있지만 내가 취약한 부분을 잊어버리지는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의 신’ 방송 직전 터져 나온 논문 표절은 김혜수의 즉각적인 인정과 사과로 마무리됐다. 그의 이런 대응은 당당하고 솔직한 이미지와 맞물리며 ‘김혜수답다’는 반응을 불러왔다.

김혜수는 “잘못한 것은 잘못한 거다. 고민할 사안이 아니었다”며 “이런 문제로 드라마 초반 팀에게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미안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올 하반기 김혜수는 송강호, 이정재 등과 호흡을 맞춘 영화 ‘관상’으로 대중과 다시 만난다.

그는 “영화 쪽은 아직 여자 캐릭터가 전형적이고 기능적인 데 머물러 있는 느낌”이라며 “꼭 미스김 같은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대중에게 낯설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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