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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주색(酒色)에 빠지면 모든 걸 잃는다

 

자고이래로 주색(酒色)은 인간을 망치기 쉽다. 비단 개인뿐만 아니라 나라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술을 삼가야 하는 동시에 색(色)을 조심해야 한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약주라고 하였다. 그러나 술을 적당히 마신다는 것은 인생의 난사 중 난사(難事)다.

사람이 술을 먹고 그 다음에는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술은 과음하 기 쉽고 과음하면 사리를 그르치고 건강에 해가 되고 실수를 하기 쉽다. 절주(節酒)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술보다 더 이기기 어려운 것은 색(色)이다. 세상에 여색 때문에 패가망신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색에 미쳐서 나라를 망친 예를 우리는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수없이 볼 수 있다.

옛날 중국인은 미인을 평할 때 경국(傾國), 또는 경성(傾城)의 미인이라고 하였다. 경국이란 한 나라를 기울게 만든다는 뜻이다. 여성 때문에 나라를 기울인 사람이 역사상 부지기수다. 여색에 혹하면 사리 판단을 그르치고 우리의 정신을 맹목으로 만들기 쉽다. 그러므로 인생의 대업, 사회의 큰일을 꿈꾸는 자는 주색에 빠지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주색에 빠진 사람치고 큰일을 한 사람이 거의 없다.

지난 5월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주미한국대사관 여성 인턴직원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그야말로 ‘국격 훼손’, ‘국제적 수치’였다. 해외 원정까지 가서 추태를 부렸으니 그 이름은 후세에 길이 남을 법도 하다. 사건이 터진 후 많은 국민들은 윤씨를 “당장 미국으로 돌려보내라”고 소리쳤다. 심지어 ‘거세’, 또는 ‘사형’시키라는 막말까지 인터넷에 떠돈다. 국민 자존심에 큰 흠집을 낸 인물에 대한 거친 정의감의 표현으로 이해한다. 이 사건은 현재 미국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추측만 난무할 뿐 여전히 답보 상태다. 우리 정부는 이 사건이 윤씨 ‘개인의 잘못’일 뿐, “박근혜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까지 성공리에 마친 한·미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제2 윤창중 사건이 또 터졌다. 육군사관학교 교내에서 대낮에 4학년 남자 생도가 2학년 여생도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가 성폭행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지도교수가 생도 20여명과 함께 ‘생도의 날’ 축제기간인 지난 5월 22일 교내 잔디밭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마신 뒤 일어난 불상사라고 한다. 피해 생도는 술을 이기지 못해 구토까지 하는 상태였다. 호국의 간성을 길러내는 육사에서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으니 망연자실하다.

육사는 군의 최고 엘리트 교육기관이다.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적 품성, 군사전문 역량을 지닌, 국가와 군에 헌신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 육사다. 대낮부터 공개적으로 술을 마시게 한 것부터가 잘못됐지만,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전우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폭행한 것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 행위다. 명예와 리더십을 생명으로 하는 육사에서 무엇을 배우고 가르쳤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최근 윤씨 사건과 육사 성폭행 사건을 접하면서 이들의 공통점은 ‘술’ 때문에 벌어진 일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러므로 술이 원수요, 술이 사탄이다. 술은 도박, 섹스, 마약같이 중독성이 있을 뿐더러 중독되면 인간을 파괴한다. 특히 성범죄에 있어서는 으레 술이 개입된다. 인간이 수치심을 느끼고 이성을 갖고 사고하지만 일단 술이 몸에 들어가면 정신이 혼미하면서 수치심과 이성을 차단시킨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일부러 술을 마시기도 하고, 반대로 술에 취해 자기도 모르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심지어 술 먹고 저지른 범죄에 대해선 관대하기까지 하다. 판검사도 술맛을 알기 때문일까?

한국 사람은 술을 너무 사랑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술 소비량 1위다. 그야말로 술독에 빠진 나라다. 그러니 한 나라의 정부 대변인이 외국까지 나간 공무 중에도 술을 놓지 않았고, 급기야는 군 지휘관을 길러내는 육사에서까지 술에 취해 성폭행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애주가들은 명심해야 한다. 주색에 빠지면 건강도, 명예도, 그 어떤 소중한 것도 다 잃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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