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현충일에는 시신을 찾지 못한 전사자 유가족에 대한 채혈(採血)행사가 있다. 발굴될지도 모를 유해의 유전자 감식 등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미리 혈액을 준비해 놓는 것이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6·25전쟁으로 국군 13만7천899명이 전사했다. 이중 3만9천여명은 북한에, 1만3천여명은 비무장지대(DMZ)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무장지대와 북한에 묻힌 유해는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곳곳에선 지금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의 유해 발굴 작업은 계속 되고 있다. 그 중심에 2007년 창설된 <국방부 유해 발굴 감식단>이 있다.
이 감식단은 미국의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와 함께 세계에서 단 2개뿐인 유해 발굴 전문부대다.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는 슬로아래 단 1명의 전사자와 실종자라도 끝까지 찾아 귀환시키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JPAC가 롤 모델이다. 감식단은 지금까지 8천10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미국의 JPAC는 북한이 빼놓을 수 없는 조사지역이다. 1995년부터 북한에도 들어가 1951년 1·4후퇴 직전 중공군과의 격전지였던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호 주변에서 발굴작업을 벌였다. 그리고 2005년 5월 작업을 중단할 때까지 400여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이후 북측에 모두 2천800만 달러(약 330억원)의 대가를 지불하고 유해를 옮겨왔다. 이 작업에는 북한군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또 작년 5월 북한 지역에서 발굴된 국군 용사 12명의 유해가 종전 후 최초로 62년 만에 고국으로 귀환할 수 있었던 것도 JPAC의 숨은 공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의 유해는 미국이 2000년부터 5년 동안 북한의 장진호 전투 지역에서 발굴된 미군 유해에 섞여 하와이의 JPAC 본부로 옮겨졌다. 이후 유전자 감식으로 아시아계 인종이라는 것이 확인되자 우리 유해발굴감식단에 통보했고, 추가 합동조사를 통해 최종 신원을 확인, 유족까지 찾아냈다.
북한 지역 내 유해발굴에 관한한 우리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2010년 1월 대통령의 신년국정 연설에서 북측에 이 문제를 처음 제안했을 뿐이다.
그들을 조국 품으로 데려오지 못하는 분단의 현실이 가슴 아프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