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양곡년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OECD 국가 평균 83%를 크게 밑도는 22.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전체 곡물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쌀의 자급률이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105% 수준이었으나 2011년에는 83%로 떨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더욱이 2012년에는 두 번의 태풍으로 쌀 생산량이 전년보다 22만t가량 줄어든 407만t으로 집계되면서 식량자급률은 더욱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총 곡물 수요량이 연간 1천900만t 정도 되므로 곡물자급률을 5%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100만t의 추가 생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농경지의 생산기반 유지를 위해 도로나 택지 등 다른 용도로 전용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작물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절실하다. 단기대책으로는 국내에서 생산기반이 가장 잘 조성된 쌀의 자급률 유지가 필요하다. 쌀 자급률을 정부의 목표치인 98% 수준으로 유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약 4% 증가된다. 그렇다면 쌀 자급률이 120% 수준이 된다면?
2012년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69.8㎏으로 30년 전의 절반수준으로 감소했으나 쌀 가공제품의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시장규모 면에서도 2010년 2조원에서 2015년에는 약 4조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쌀 가공산업은 떡, 면류, 주류 등 부가가치가 낮은 1차 가공 위주이고, 원료곡 조달 또한 값싼 수입쌀이나 재고미에 의존함으로써 필요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없어 산업체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정부는 쌀 가공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원가 절감 및 부정 유통을 방지하는 정책적인 지원과 가공전용 벼 재배단지 조성 등을 통해 원료곡 조달을 정부양곡에서 농민과의 직접적인 계약재배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또 농촌진흥청에서는 고품질의 기능성 가공 원료곡 개발을 위해 다양한 용도의 맞춤형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쌀국수 전용 고아밀로스 품종인 ‘새고아미’와 ‘미면’, 일반 쌀보다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되어 비만이나 당뇨에 좋은 ‘고아미2, 3호’, GABA 함량이 높아 혈압강하 효과가 뛰어난 ‘눈큰흑찰’ 등의 신품종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한편 품질이 우수하고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국산 햅쌀을 이용한 제품의 고급화와 다양화, 품질 개선 및 홍보 등에 힘입어 쌀 가공품에 대한 소비층도 한층 두터워지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신기능성 가공전용 품종과 가공기술을 적용한 최고급 스타상품을 개발하고, 대량소비를 위해 학교나 군부대 단체급식 등으로 소비자와의 거리를 더욱 좁힌다면 앞으로의 쌀 가공산업은 벼의 용도를 한 단계 뛰어 넘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쌀은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쌀 단백질에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필수적인 제1제한 아미노산인 라이신의 함량이 밀가루나 옥수수보다 2배 이상 많아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 또 밀가루와 달리 혈당을 서서히 올렸다가 내려주어 신체 리듬이나 항상성 유지에도 가장 좋은 식품이며 알레르기 반응도 거의 없다.
따라서 쌀은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가공원료이며, 기존의 밀가루 제품에 쌀가루를 약 30%까지 혼합해도 가공적성에 큰 문제가 없다.
이는 우리나라 식량작물 중 최대의 수입 품목인 밀가루를 국산 쌀가루로 대체함으로써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근간이 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즉 쌀짜장, 쌀라면 등 최고급 쌀 가공제품들이 개발된다면 쌀 자급률이 120% 수준이 돼도 별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자급률 제고는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도 친근한 쌀에 그 해법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