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밤낚시 간다고 이것저것 분주히 챙긴다. 아이는 민물낚시를 좋아한다. 저수지로 나가 좌대를 타기도 하고 강을 따라 세월을 건져 올리기도 한다. 낚시는 자주 가지만 물고기를 집으로 가져오는 일은 드물다.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는 손맛을 즐기기 때문에 잡은 놈들은 그냥 놔준다고 한다. 새벽녘 문득 올라다 본 하늘이 아름답고 물과 소통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좋다고 한다. 자식이라지만 말수가 적어 속내를 알 수 없을 때가 많고 친구와 술을 좋아해 가끔은 속을 태우는 아들이다.
철부지인 줄만 알았던 녀석이 여자에게는 잉어가 좋다며 갱년기를 보내고 있는 어미를 위해 팔뚝만한 잉어를 잡아다 약을 내려주더니 이번엔 붕어를 잔뜩 잡아와서 아버지 보약 해 드리라고 한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짠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기쁨과 행복만큼이나 나누어야 할 고민도 많고 잔잔한 갈등을 끊임없이 겪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지키고 있다.
물고기를 보면 떠오르는 일이 있다. 중학교 때의 일이다. 초여름의 등굣길이었다. 저수지 가장자리에 정말이지 커다란 잉어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엄마가 낳은 아이만 하다는 생각을 했으니 크긴 컸던 모양이다. 물에 들어가면 금방이라도 안아 올릴 것 같아 물가에서 한참을 서성거렸다.
그냥 두고 가자니 늦둥이를 낳고 회복이 더뎌 힘들어 하는 엄마가 눈에 선하고 그렇다고 학교에 가다 말고 저수지에 들어가 첨벙거릴 수도 없어 한동안 물고기를 따라 다니다 결국은 발길을 돌렸다.
공부시간 내내 잉어가 눈에 아른거렸다. 어린 마음에도 그 잉어를 폭 고아 드리면 엄마가 벌떡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저수지로 달려왔다. 잉어가 아직도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잡아다 엄마를 해 드려야겠다는 기대감으로 달려왔지만 잉어는 보이질 않았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그 자리를 서성였지만 더는 잉어를 볼 수 없었다.
아이가 내려준 잉어를 먹으며 어머니께 죄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아들을 낳기 위해 자식을 여덟이나 낳은 어머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자식들 뒷바라지에 등이 휘고 숨이 턱까지 차도, 힘든 내색 안 하고 당당히 자식을 키우고 세월을 지켜내신 어머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당신의 남겨진 삶을 불안해하신다. 그저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며 아픈 다리로 새벽 운동을 나서는 모습이 안쓰럽고 먹먹하다.
철마다 밑반찬 만들어 자식들 나눠주며 노심초사 하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저 건강만 하시라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지만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마음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 절반이나 될까 싶다.
어머니. 참 아득하고 아련한 이름이다. 서둘러 어머니를 찾아뵈어야겠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안견문학상 대상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