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적으로 보면 과일이 분명하지만 잘 알다시피 토마토는 채소로 구분된다. 토마토가 채소로 분류된 유명한 소송사건이 바로 ‘닉스 대 헤든(Nix v. Hedden)’이다. 1887년 미국 관세청은 과일은 제외시키고, 채소를 수입할 때 수입가격의 19%라는 높은 세율을 붙이는 관세법을 신설했다. 그리고 세관이 토마토를 채소로 분류하고 세금을 부과하려하자 수입업자들이 크게 반발했다.
양쪽은 ‘채소다’ ‘과일이다’를 놓고 끝없는 논쟁도 벌였다. 결론이 나지 않자 업자들이 연방 대법원에 제소했고, 1893년 미연방 대법원은 ‘토마토가 저녁 식사에는 나오지만 후식으로는 나오지 않는다’며 채소로 규정했다. 이때부터 토마토는 채소가 됐다.
토마토 사랑이 유별난 곳은 아무래도 유럽이다. 특히 토마토를 이용한 이탈리아 요리는 세계최고다. 스페인에서는 매년 세계최대 토마토 축제도 열리고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부뇰」이라는 조그마한 마을이 있다. 여기서 매년 8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 11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토마토 축제가 시작된다.
토마토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이 축제의 총알과 폭탄은 물론 토마토다. 서로 던지고 맞고 뭉개고, 그렇게 사용되는 양만도 12만kg에 달한다. 때문에 마을도 축제 시작과 동시에 커다란 케첩통으로 변한다. 그리고 2시간. 이 시간이 지나면 전쟁의 끝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고 축제는 끝난다. 이후에는 아무도 토마토를 던져서는 안 된다. 그게 규칙이다. 어기면 누구든 벌금을 물어야 한다. 축제의 내용은 이것이 전부다.
그러나 세계 각국의 많은 관광객들은 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스페인에 몰려든다. 그것도 마력에 끌린 듯이 매년 넘쳐난다. 「부뇰」 토마토 축제는 1944년 토마토 값 폭락에 분노한 농부들이 시의원들에게 분풀이로 토마토를 던진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토마토 축제에선 어느 축제보다 주민들의 참여가 뜨거운 게 특징이다.
오는 21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광주시에서 제11회 퇴촌 토마토 축제가 열린다. 축제에는 「부뇰」 비슷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토마토풀장을 비롯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다. 가족과 함께 모처럼의 나들이로 더위도 날리고 힐링도 즐기면 좋을 듯싶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