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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운칠기삼? 지자이염!

 

흔히 고스톱을 운칠기삼이라고 한다. 고스톱을 잘 치는 것은 행운이 70%이고, 기술은 30%에 불과하다. 따라서, 초보자라 하더라도 운을 믿고 치다보면 돈을 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얘기는 주로 고스톱을 안 치겠다며 사양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게임에 대한 경계심을 없애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에 들어가 보면 그렇지 않다. 고스톱의 룰을 잘 모르면 소위 독박쓰기 십상이다. 상대방의 패와 전략을 잘 알지 못하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 아무리 쉬운 게임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룰과 상대방의 전략을 잘 파악하지 못하면 쉽게 지고 만다.

관직에서 오랫동안 승승장구하는 사람에게도 관운이 좋다고 한다. 관직에 관한 운을 타고 났기 때문에 높은 자리로 승진도 하게 되고, 명예로운 자리를 다른 사람보다 더 오랫동안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건, 진념, 오명, 남덕우씨 등이 대표적으로 관운이 좋다고 회자되는 분들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 분들의 관운이 좋을까? 물론 사주팔자를 보면 그렇게 나와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분들의 사주팔자를 모른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그분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남다른 노력을 많이 하셨다는 점이다. 오랜 관직의 비결은 관운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고건 전 총리의 본적이 전라북도이고, 부친께서 야당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관직 생활에 불리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남보다 불리한 조건을 오직 실력으로 극복했기 때문에 좋은 자리에 오래 머물 수 있었다. 행정의 달인이라고 불렸던 고건 전 총리의 부친께서 막 행정고시에 합격한 아들에게 3가지를 당부하셨다고 한다. 돈 받지 마라, 줄 서지 마라, 술 많이 먹지 마라. 돈 받지 마라는 교훈은 깨끗하고 청렴해야 한다는 것이며, 줄 서지 마라는 것은 오직 실력으로 승부해야지 다른 것에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술 많이 먹지 마라는 것은 건강을 잘 관리하라는 것이며, 또한 술로 인해 생기는 각종 스캔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운보다 실력

고건 전 총리는 아버님께서 내려주신 3가지 훈계를 잘 지킨 덕분에 장관 3번, 서울시장 1번, 국회의원 1번, 총리 2번을 역임했다. 관운이 좋아서 그런 영화를 누린 것은 아니다. 승진을 잘하고 좋은 자리에 오래 있으려면 가장 먼저 실력을 닦아야 한다는 점을 몸소 보여줬다. ‘관운’이 아니라 ‘실력’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깨끗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정부패와는 담을 쌓고, 청렴하면 승진 때마다 넘쳐나는 주위의 각종 투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공무원이든 민간기업의 직원이든 자잘한 선물이나 돈에 눈이 멀어 부정에 연루된다면 승진도 안 되고 패가망신할 수 있다. 그리고 술로 인한 스캔들을 잘 통제하면 관료로서 좋은 일이 많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최근 해외에 있는 조세피난처에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고, 투명하지 않은 거래를 통해 국부를 유출하거나 세금을 회피한 사람들의 명단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지하경제 양성화가 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지하경제란 불법 또는 탈법적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지하경제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정경유착에 따른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만 부정·부패가 문제되는 것은 아니며, 동서고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항상 골칫거리였다. 다산 정약용은 지방관리가 참고해야 할 행정의 지침서로서 <목민심서>를 남겼는데, 청렴을 강조하고 청탁을 물리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청렴이 큰 이익

율기(律己) 6조 가운데 하나인 청심(淸心) 부분을 보면, “지혜로운 사람은 청렴이 결국 이익이 됨을 알게 된다”(知者利廉)는 글귀가 있다. 청렴하면 좋은 평판을 얻게 되고,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며, 결과적으로 큰 이익이 된다는 뜻이다.

청렴하고 실력 있는 사람이 결국 승진하고 높은 자리에 오래 있게 된다는 교훈은 비단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민간 기업에서도 채용, 승진, 판매, 납품, 계약 등 다양한 단계에서 다양한 부정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나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청렴이 큰 이익’이라는 옛 성현의 가르침을 한번 더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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