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사람들은 뭐 걱정이 덜하겠지만 서민층에서 가장 고민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자녀들의 혼사다. 혼인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있는 사람들이야 비용을 좀 더 들이더라도 특급 호텔에서 하객들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며 체면치레를 하겠지만 서민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예식장 대여비와 피로연, 예식 촬영, 의상 대여, 메이크업 등 예식에 필요한 서비스를 경제적인 선에서 해결하려고 이곳저곳으로 알아보러 다닌다. 그러다가 시청이나 구청 등 관공서 시설이나, 향교, 마을회관, 성당, 교회, 사찰 등에서 혼인식을 올리기도 한다. 경기도청에서도 지난해 9월부터 ‘건전한 결혼문화 정착’을 위해 무료 예식장 사업을 한다.
그런데 시행 10개월째 사실상 단 1건도 이용자가 없어 개점휴업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본보 2일자 2면) 거참, 이상도 하다. 무료 예식장이라는데 왜 사용자가 없을까? 당연히 이유가 있다. 결혼식 장소만 무료일 뿐이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용 상담 및 스튜디오 촬영, 피로연 등의 가격이 시중의 예식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경기도가 지정한 업체들도 대부분 서울에 있다니 경기도청이 소재하고 있는 수원의 예식장에서 하는 것보다 이용이 불편하고 더 복잡하기만 하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부터 도청을 결혼예식 장소로 무료 개방했다. 서민들의 혼인 부담을 덜고 저비용 결혼문화 확산을 위한 것이다. 경기도청 무료예식장은 주말과 공휴일에 사용할 수 있는데 다문화가정, 저소득층, 도청 직원 등이 대상이다. 이를 위해 결혼 전문업체와 계약을 맺고 청내 신관 제1회의실을 결혼식장으로, 신관 소회의실을 폐백실 및 신부 대기실로, 264석 규모의 구내식당을 피로연장으로 제공키로 했다. 이 정도면 혼인식을 올리기에 무리가 없다. 그런데 서민층과 다문화가정은 고사하고 왜 도청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조차 ‘이렇게 좋은’ 도청 무료예식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일까?
도 지정 결혼예식업체는 3곳이 서울에, 1곳이 용인에 위치한다. 도청이 있는 수원시엔 단 한 곳도 없다. 즉 예비부부가 서울과 용인까지 가서 촬영과 상담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평균 이용가격도 수원의 예식업체들과 별 차이가 없다. 피로연 음식 역시 도 지정 업체나 수원 업체가 비슷하다. 도 관계자에 의하면 매월 10건 정도 문의전화가 걸려오지만 가격과 이용불편 등을 이유로 도청 결혼을 포기하고 있단다. 도가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방법을 개선하길 바란다. 아니면 없애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