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치쇄신 방안으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폐지로 일단 가닥을 잡았지만 실제 실행 여부는 여전히 의문시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당내 정치관련 특별기구가 4일 나란히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 지도부에 제시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대선공약이었던데다 국민 70%가 찬성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지방정치의 중앙 예속화, 지역구 유권자들의 후보선택권 제한, ‘돈 공천’ 등 중앙당의 지방선거 공천권 유지로 인한 폐단 때문에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태다.
하지만 여성계 및 여성의원들의 거센 반발과 함께 소수자나 신진세력의 의회 진출 약화 등 정당공천 폐지로 인한 부작용을 앞세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하는 기초단체장 225명, 기초의원 2천888명 등 3천명을 웃도는 지역 정치인들이 중앙정치의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되면서 지방자치의 한 획을 긋는 분수령이 될지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풀뿌리 민주주의” vs “깜깜이 선거” 팽팽=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긍정적 기대효과는 당장 중앙당이나 지역 국회의원 중심의 줄세우기 폐해를 극복하고, 불공정이나 ‘돈 공천’ 등의 부정 시비를 줄일 수 있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반대로 후보자의 이념적 성향이나 정책, 경력 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깜깜이 선거’로 전락하면서 1차적 후보 검증은 물론 정치 선진화에 역행할 우려도 낳고 있다.
정당공천 폐지로 정치 신인의 등장이 사실상 막혀 지방유지나 토호세력이 자금력과 인맥을 바탕으로 선거를 혼탁하게 하고, 책임정치 구현의 실종이 우려된다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여성·장애인 단체 등의 경우 공천 과정에서 ‘강제적 배려’가 사실상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적 제약 때문에 반대하고 있다. 여성계는 되레 여성후보 공천비율 30%에 대한 실천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 국회의원 기득권과 직결=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회의원의 기득권과도 직결된다.
대체로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구청장, 시장·군수, 시·군·구 의원 공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면서 영향력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기초단체장 공천 폐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수도권보다 지방 출신 의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영·호남권 지역구 의원들의 경우 서울과 지역구의 ‘이중살림’이 불가피한데다 일주일에 1∼2차례 지역행사에 얼굴을 비칠 수밖에 없다.
반면 기초단체장들은 ‘주민 밀착형’ 행정을 구실로 사실상 상시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언제든 자신에게 도전장을 낼 소지가 많은 잠재적 경쟁자인 탓이다.
■ 9월 정기국회서 판가름날듯= 지난 4·24재보선은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의 또다른 실험무대였다. 새누리당은 당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각각 2곳, 3곳에 무공천 실험을 나선 바 있다. 경기도내 가평군수 선거의 경우 4명의 후보가 나서 민주당 후보 1명을 제외하고는 3대 1의 ‘집안싸움’ 형국으로 치러졌다.
여야는 대선공약으로 일단 내놨지만 여전히 선뜻 추진하겠다는 ‘실천 약속’에 주저하고 있다.
국회 정치쇄신특위(위원장 김진표 의원)가 지난 6월 국회에서 ‘특권 내려놓기’를 위한 정치쇄신의 첫 걸음을 내딛긴 했지만, 겸직금지와 헌정회원 지원금을 폐지키로 의견을 모으고 정작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는 한 차례 의견교환에 그쳐 ‘반쪽 쇄신’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법제화 여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게임의 룰’을 바꾸는 선거법 개정은 정치쇄신특와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처지여서 소모적인 논란만 거듭하다 ‘추후 처리’로 넘겨지지 않겠느냐는 예단마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