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3 (화)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오매불망

 

오매불망이라는 말이 있다.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우면 깨어 있는 동안은 그렇다 치더라도 잠을 자면서도 잊지 못할까? 그전에는 상상으로 지나쳤는데 그 말을 뼈저리게 느낄 일이 생겼다. 별 말썽 없이 자라준 아들이 대학 2학년을 다니다 나라의 부름을 받았다. 그게 남의 일일 때는 남자라면 당연히 국방의 의무를 다 해야 한다며 정의의 편에 섰고, 그 아이들이 휴가를 나오면 벌써 하며 웃고, 고생 끝에 제대를 하면 기껏 하는 말이 요즘 군대 짧아서 좋다고 했으니 듣는 마음이 오죽했으랴.

그러다가 내 자식이 군대를 가니 훈련소에 두고 오는 날부터 걱정이 앞서고, 훈련소 카페를 들락거리며 매일 편지를 쓰고, 우리 아들 사진은 언제 올라오나 살폈다. 전화라도 오면 너무 반가운 나머지 눈물부터 나왔고, 섬으로 배치를 받아 비만 오면 섬이 떠내려가지나 않을까 청개구리처럼 밤잠을 못 이루었고, 어느 날엔 꿈에 아무 말 없이 바라보다 가기도 해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군인은 다 아들처럼 보이고 애석하게 여겼다. 아무리 잠 못 이루는 날이 쌓여도 때가 되면 휴가를 오고 어느덧 제대를 해서 품으로 돌아왔다. 다른 집 아이들처럼 그새….

예전에 우리 친정에도 농가에서 다들 그렇듯이 소를 키우셨는데 소가 젖을 떼는 시기가 되어 이웃 마을에 사는 사람이 농사일 잘하는 소를 찾아 어미 소를 팔게 되었다. 처음 새끼가 떨어지지 않자 어미 소를 근처 야산에서 풀을 뜯기다 송아지만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어미를 잃은 송아지는 밤낮으로 울었다. 그러나 목이 쉬어 더 이상 울지 못하고 봄이 오고 농사철이 되어 모두들 바쁜 일손에 송아지 생각을 잊고 살았다.

하루는 엄마가 다급하게 사람을 보내 아버지를 부르셨다. 아버지께서는 집에 무슨 급한 일이 생겼나 하시고 집으로 달려 오셨는데 너무나 뜻밖의 일이 벌어져 있었다. 엄마가 집안일을 하시는데 문간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 뭔가 부서지는 사고가 나는 줄 아시고 달려 나와 보니 지난해 팔려간 어미 소가 논에서 일을 하다 써레를 매달고 그대로 도망을 친 것이었다. 계단을 올라와 대문을 지나 외양간에 가서 털썩 쓰러지고 마는 어미 소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어 처음에는 너무 무섭고 놀라셨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팔려간 어미 소라 불쌍하고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물부터 먹이고 쓰다듬어 주시며 달래고 아버지를 부르셨다.

일을 하던 집에서도 새참에 논두렁에서 풀을 뜯어먹으라고 세워둔 소가 연장을 매달고 없어져 놀라 사방으로 찾던 중 연락을 받고 소를 데리러 왔다. 잠시 만난 어미 소는 그새 제법 자란 새끼를 핥아주며 떨어질 줄을 몰랐으나 결국 목이 메는 울음소리를 끝으로 그들은 또다시 헤어져야만 했다. 그 뒤로 또 어린 송아지는 목이 쉬도록 울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 짐승들은 떨어지면 울다 지치고 목이 쉬어 더 이상 소리가 나오지 못 할 때까지 울며 서로를 부른다고 한다. 아마 이들의 하소연을 인간의 언어로 듣는다면 다시는 그런 잔인한 일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들도 자나 깨나 잊지 못하고 오매불망 어미와 새끼가 그리워했으리라.

언제부터 사람 목숨과 십원짜리 동전이 제일 천하다는 말을 듣는다. 사람이 흔해 버림받기도 하고, 십원으로는 껌 한 통도 못사니 아이들도 땅에 떨어진 십원짜리 동전을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뜻일 게다. 오늘날엔 오매불망 무엇을 그리며 살아갈까?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