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일본 도쿄의 한 곤충전문점에서 왕사슴벌레 1마리가 1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판매된 왕사슴벌레는 크기가 80.2mm로 탄생 확률 수억만 분의 1의 희귀성이 가격을 높였다. 물론 구매자는 애완곤충 마니아였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애완곤충 기르기가 우리나라에서도 보편화 된 지 오래다. 웬만한 백화점과 인터넷 쇼핑몰엔 으레 집에서 기를 곤충을 사고파는 펫숍이 있다. 여기엔 다양한 애완·관상용 곤충들이 구비돼 있고 이들이 지낼 케이지, 먹이, 교미를 돕는 젤 등 다양한 물품도 함께 판매되고 있다.
시장도 꾸준히 확장됐다. 현재 추산되는 유저만도 10만~15만명, 관련 인터넷 동호회도 170개에 이른다. 인기품종은 장수풍뎅이와 넓죽사슴벌레, 왕사슴벌레 등 남성적인 매력이 큰 것들이다. 가격도 크기에 따라 마리당 수십만원에서 몇만원까지 다양하다.
담배 진딧물을 먹이로 삼는 꼬마남생이무당벌레, 소나무에이즈 재선충병의 매개체인 하늘소를 잡는 개미침벌, 토마토와 딸기의 병해충을 박멸하는 굴파리롬벌과 칠레이리응애, 생소한 곤충 이름들이다. 하지만 해충을 자연적으로 잡아주는 식물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는 효자들이다.
이런 천적곤충을 연구하고 기르는 이들도 늘고 있다. 메뚜기, 누에번데기 동충하초 등 식용과 약용곤충을 기르는 사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애완용으로만 여겨지던 곤충이 고부가가치 소재의 원료로, 또 친환경농업, 식용, 약용, 나아가 산업 차원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2008년 1천억원 수준이던 국내 곤충시장 규모는 2015년에는 3천억원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곤충의 식품화가 촉진되고 바이오나 의약분야까지 곤충의 활용범위가 넓어지면 곤충산업의 시장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업전망에 비해 정부의 지원 시스템은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경기도의회가 전국 최초 곤충산업 지원조례안을 제정했다는 소식이다. 곤충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지원함으로써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곤충은 시간과 공간, 인력 투자가 적으면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산업으로서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도의회가 마련한 지원조례안이 ‘돈이 되는 곤충 시대’를 활짝 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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