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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샤르코 마리 투스(Charcot-Marie-Tooth)

병자(病者)라는데, 시비 걸고 싶은 생각은 없다. 게다가 유전병이라는데 더더욱.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된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만성신부전증과 샤르코-마리-투스(Charcot-Marie-Tooth : CMT) 질환으로 건강이 몹시 위중하다는 소식이다.

신부전증의 심각함은 알겠는데 CMT는 낯설다. 하여, 찾아봤다. 유전성 질환이다. 인간의 염색체에서 일어난 유전자 중복으로 인해 생긴다. ‘손과 발의 말초신경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인해 중복돼 샴페인 병을 거꾸로 세운 것과 같은 모습의 기형을 유발한다’고 위키백과사전은 설명한다. 발생 확률 10만명 당 36명. 희귀성 신경질환이다. 이 병에 걸리면 발과 손의 근육들이 점점 위축돼 힘이 약해지고 모양이 변형된다. 환자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다. 거의 정상에 가까운 가벼운 상태에서부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걷기 힘들거나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심각한 정도까지.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가(三星家)의 유전병으로 알려졌다. ‘신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가 적용되는구나, 생각하니 무섭다. 각설하고.

CJ그룹 측 이 회장의 지병을 공개한 것에 대해 ‘이 회장의 상태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며 ‘검찰조사를 충실히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석신청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미리 선을 그었다. 세간의 의혹을 경계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어쩌면 그룹에 치명적일 수 있는 총수의 위중한 병상태를 고백하면서도 CJ그룹이 걱정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 이런 일들 때문일 게다.

2006년 안기부X파일 사건 당시 건강을 이유로 출국한 뒤 불기소 처분 후에야 휠체어를 타고 귀국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같은 해 비자금 수사 당시 건강상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았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지병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항소심을 진행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세간(世間)의 오해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닮을 꼴이다.

환자를 환자라 부르지 못하고 병을 병이라 밝히지 못하는 ‘호환고병 불가세상(呼患告病 不可世上)’.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렇게 골 깊은 불신의 늪에 빠졌나, 안타까울 뿐이다.

최정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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