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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칼럼]성품 좋은 손자녀, 조부모 성품양육에 달렸다

 

얼마 전 KBS 뉴스팀이 좋은나무성품학교를 방문하여 부모성품교육을 받고 있는 조부모들을 취재했다. ‘조부모 육아 가구 250만 시대’를 조명하는 보도였다. 맞벌이 부부들이 증가하고 사회 환경도 변화하면서 양육에서 조부모의 역할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12년 말에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약 510만 가구가 맞벌이를 하고, 맞벌이 가정의 영·유아 2명 중 1명은 조부모가 육아를 전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메트라이프 노년사회연구소(MMI : MetLife Mature Market Institute)의 분석 결과, 경기침체와 고령화 추세로 미국에서 손자 손녀를 돌보는 조부모들이 10년 사이에 100만명 이상 급증하여, 인구통계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부모가 이처럼 새로운 육아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면서, 조부모 양육에 대한 진지한 조명과 교육적 진단이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부모 양육은 ‘격대(隔代)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행해졌다. 격대교육이란 한 세대를 건너뛰어 조부모가 손자녀들과 함께 생활하며 양육하는 것으로, 조선 시대의 대학자였던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도 격대교육을 통해 손자 안도에게 삶의 지혜와 덕을 가르쳤는데, 그는 44세 때부터 세상을 뜰 때까지, 무려 16년 동안 손자에게 125통의 편지를 보내 손자 교육에 힘썼다.

조부모 양육을 통해 긍정적으로 성장한 인물은 제44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를 꼽을 수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는,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의 이혼으로 두 살 때부터 외조부모와 함께 생활하였다. 자서전에서 그는 “내가 인종에 대해 편견 없이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나의 외할머니, 매들린 던햄 덕분이다. 외할머니는 백인이었지만 편견 없이 흑인을 대했고 인종을 차별하지 않았다”라고 전하며, 외할머니에게서 보고 배운 가치관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성품이란, 한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의 총체적 표현이다. 좋은 성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어서 배우고 훈련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요즘 부모들은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자녀 양육에 전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육실태 조사만 봐도, 자녀를 기르는 엄마 2명 중 1명이 양육에 혼란을 느낀다고 답했고, 5명 중 1명은 아이가 귀찮고 짜증스러울 때가 많다고 응답해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하고 복잡해진 생활 속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엄마 혼자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일 수 있다는 결론이다.

반면 조부모는 세월의 경험에서 축적한 지혜와 경륜으로, 손자녀들을 안정감 있게 양육할 수 있다. 더욱이 부모들이 겪는 시행착오와, 자녀에 대한 과도한 욕심에서 비롯된 잘못된 양육에서 한 발 물러나, 손자녀들에게 좋은 생각, 좋은 감정, 좋은 행동을 균형 있게 가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육아의 탁월한 조력자가 된다.

실제로 미국 유타 주에서 10~14세 어린이 4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년기에 조부모와 생활한 아이들이 학업성취도 향상(87%)을 비롯해, 자아정체성 향상(90%), 학교 출석률 증가(58%), 위험한 행동 감소(66%)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부모의 성품양육이 우리 자녀들에게 좋은 본보기와, 좋은 성품을 계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성품양육이란, 성품 좋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좋은 생각, 좋은 감정, 좋은 행동으로 자녀를 돌보아 기르는 것이다. 이제부터 조부모의 성품양육을 시작하자.

양육은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음 세대에 좋은 성품의 자녀들을 기르려면, 국가적 차원에서 시스템을 만들어 젊은 부부의 현실적인 육아 부담을 해결해 줘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의 실마리는 바로 조부모의 성품양육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조부모가 좋은 생각, 좋은 감정, 좋은 행동을 배우고 훈련하여 손자녀들에게 가르칠 때, 우리 아이들이 성품 좋은 리더로 안정감 있게 자라나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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