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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일요일 밤의 눈물

 

나는 일요일 밤마다 눈물을 흘린다. 다행히 초저녁잠이 많은, 아내 몰래 흘릴 수가 있다. 모 TV방송의 탈북 아가씨들의 이야기,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시청하면서다. 탈북자들의 실상은 이미 매스컴을 통하여 많이 알려져 있다. 더구나 나는 중국에서 그들 몇몇을 직접 만나기도 하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런데도 참혹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매번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들의 탈북은 정치적 목적이나 이상 실현,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살아남으려는 생존본능 때문이다. 가족 중 누가 굶어 죽었다거나 뿔뿔이 흩어졌다는 이야기는 이제 기본이 되었다. 탈북 후에도, 인신매매 당하거나 중국 공안에 붙잡혀 다시 북송, 모진 고문과 수용소 생활, 재탈출 등의 고난이 이어진다. 동남아, 몽골 등 수천∼수만Km를 거쳐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그 어떤 픽션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우리 딸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예쁘고 해맑은 아가씨들이 이같이 엄청난 고난을 겪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인간의 기본 존엄성마저 박탈당하고 오직 생명 부지를 위한 처절한 투쟁이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것이다.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공산주의의 붕괴로 동구권의 많은 독재자들이 처형당하거나 감옥으로 갔다. 그 후 후세인, 카다피 등 세계의 독재자들도 차례로 몰락하였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북한만이 공산주의 독재 권력을 3대째 세습한 특별한 케이스다. 우리민족은 역동적이고 저항정신이 남다르지만 북한에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이렇다 할 소요조차 없다. 실로, 국민을 이렇게 완벽하게 통제, 장악하는 통치기술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국가의 통치를 위해서는 권력에 대한 의지와 야심, 권모술수와 잔인함, 모략 등 부도덕한 행위도 용인될 수 있다고 하는 마키아벨리즘도 어디까지나 공존을 바탕으로 한 군림이다. 북한은 오직 권력의 유지와 군림만을 위하여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조지 오웰의 ‘1984년’에서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사용하여 모든 사람들을 감시 통제, 인간성이 머물 곳도 피할 곳도 없게 하였다. 오늘의 북한과 비슷한 상황으로, 실제 배경이 되었던 소련 공산주의는 벌써 붕괴되었으나 북한은 아직도 건재하다. 사람 중심의 철학으로 ‘혁명과 건설의 주인은 인민이며 그 힘도 인민대중에게 있다’라는 그들의 통치이념인 주체사상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엄격하고 잔인한 공포 통치로 체제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고문, 격리시켜 저항의지를 꺾는다. 불평하는 사람을 밀고하게 만들어 가혹하게 처벌한다. 소수의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하여 권력의 앞잡이가 된다. 권력의 정당화를 위하여 역사기록이나 사실을 조작, 윤색하기도 한다. 쌀밥과 고깃국이라는 동물적 희망을 미끼로 수십 년 동안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체제붕괴를 두려워하여 굶는 국민을 외면, 진정한 개방을 하지 못한다. 정권유지를 위하여 엄청난 비용을 들여 미사일과 핵을 개발, 내부의 동요를 막고 한편으로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사회에 독버섯처럼 기생하는, 종북주의자들도 설마 북한체제가 이상적인 사회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일까? 달도 차면 기운다. 하늘의 심판을 기대해 본다.

▲월간〔한국수필) 등단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가평지부장 역임 ▲저서: 수필집 ‘남쪽포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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