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런던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 점화 못지않게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이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모자 색깔이다. 여왕은 이날 분홍빛깔의 모자를 쓰고 나와 평화라는 간접 메시지를 전달했다. 영국여왕의 트레이드마크는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모자다. 그리고 행사 때마다 모자색깔과 패션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양한 마음을 선사한다.
여성지도자의 다채로운 패션은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패션 자체에 대한 미적 감상도 이유지만, 패션을 통해 읽히는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지도자의 옷은 단순한 의복으로 여기지 않는다. 또 머리모양이나 착용하는 모자 브로치 스카프 등의 액세서리도 그냥 장신구로 보지 않는다. 여성지도자들도 그 속에 호소력 짙은 의지를 담고 국민과 소통하는 통로로, 때론 자신의 리더십 발휘나 협상력 강화 수단으로 삼는다.
옷 색깔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여성지도자는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돋보인다. 독일 최초 여성 총리인 메르켈 총리는 단추 세 개짜리 재킷이 고정패션이다. 때문에 옷의 이미지는 비슷비슷하지만 색상은 매우 다양해 빨강 초록 노랑 검정 등 90가지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행사 성격에 따라 입는 색깔이 다르다. 온화한 메시지를 주고 싶을 땐 녹색, 지도력을 강조해야 할 땐 검은색, 축하 행사 땐 빨간색 옷을 주로 입는다. 대처 전 영국수상은 재임 시 보수당의 상징인 파란색 옷을 즐겨 입었다. 퇴임할 때 반대색인 빨간색 옷을 입고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여성지도자들은 장신구로도 정치적 표현을 꾀한다. 미국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브로치를 통해 수많은 외교 발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0년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날 때 성조기 브로치를 착용, 자존심과 애국심을 드러냈고, 중국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의회 연설에서는 용 장신구로 우호적 제스처도 보였다.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빨간색 상의를 입고 관광 진흥 확대회의에 참석했다. 경제관련 공식행사에서만 입은 3번째 빨간 옷이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 많은 열정을 불어넣어서 경제를 활력 있게 살려야 한다는 뜻”이라고 언급한 뒤 ‘투자활성화복’이라는 부연설명도 했다. 박 대통령이 전하는 옷의 의미가 그대로 경제에 반영되길 기대해 본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