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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노년사고(老年四苦)

 

여름이 시작될 무렵, 올해는 장마가 일찍 왔다 금방 끝나기 때문에 물이 짧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초여름 날씨는 상상보다 더웠고, 칠월에 접어들면서 장마다운 장마가 시작되었다. 그것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에 집중 호우로 물폭탄을 쏟아 붓고 있어 가마솥더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시원하게 한 소나기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할 정도라고 한다. 나라가 크기나 하면 몰라도 땅 덩어리도 조그만 나라에서 이런 이변이 나고 있다. 하기야 여름철 소나기는 소의 잔등을 가르며 온다고도 했다마는….

벌써 한 주일을 넘겨 매일 비가 오고 있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예전 같으면 빨래가 가장 큰 일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성능 좋은 세탁기가 있어 급한 대로 해결을 하고, 젊은 사람들은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생활하고 있지만 마을 회관이나 이웃으로 마실 다니는 노인들의 발이 묶였다. 이맘때면 호박전도 부치고 감자범벅에 오이냉국으로 심심풀이를 하고 계실 때인데 티브이를 보시다가 그것도 시들해지면 방문을 열고 내다봐도 바깥출입을 하실 엄두가 나지 않아 서로 오라고 전화를 해도 소용이 없으니 이러다가 생병이 날 지경이라고 하신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라고 한다. 늙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누구도 피해 갈 수 없으니 늙음은 선택이 아니라 예정된 수순이라고 해야 하겠으나 대부분 사람들이 사는 일에 매달려 노후 준비를 하기도 전에 벌써 노인이 되어있다. 모든 사람의 노년이 안락하고 존경 받으면 좋으련만 거기에도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면면을 살피면 우선 네 가지로 압축 된다. 노년사고(老年四苦)라고 하는데 무위(無爲) 질병(疾病) 빈곤(貧困) 고독(孤獨)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 외모나 체력의 변화는 물론 사회적 변화를 먼저 겪는 것 같다. 하루아침에 할 일이 없어지고 마땅히 갈 곳도 없어 자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래서 하루 종일 아내에게 잔소리를 하며 세끼를 꼬박꼬박 차려줘야 한다고 해서 우스개로 삼식이라는 말이 있다. 본인은 아직도 일을 하고 싶어도 나이 때문에 퇴직을 하고 사회로부터 무장해제를 당한 기분이 바로 그럴 것이다. 점점 행동반경이 줄면서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상실된 자신감이 몸이라고 가만히 놓아둘 리가 없다. 병원 출입을 하게 되고 다행으로 큰 병은 아니라 해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지인들의 편치 않은 소식도 불안감으로 쌓인다.

그리고 수입이 끊어진 상태에서 자녀의 학업이나 결혼이 짐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도 어떻게든 꾸려가게 돼 있다. 그러나 배우자를 잃고 혼자 남은 사람이 자녀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게 되면서부터 직면하는 외로움은 고스란히 혼자의 몫으로 떨어지고 신문 지상에 나오는 고독사를 떠올리기도 한다.

우리 세대를 일컬어 베이비부머라고 하는데, 그 말에 새겨진 시대적인 문양을 나타내는 말로 샌드위치 세대라 지칭되기도 했었다. 고령화 시대에 맞게 여러 가지 복지 정책과 보험 상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노년사고를 피해가려면 노후설계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과거 자신의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작으나마 소일거리를 찾으며, 재능 기부 등의 봉사활동으로 보람을 찾을 수도 있고 종교를 갖도록 권하고 싶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사람들과 어울려 바쁘게 지내다 보면 무위, 고독, 빈곤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지고 질병 또한 멀리 할 수 있다. 일몰처럼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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