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은 1972년 설립되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고 힘들었을 때부터 이미 태권도 세계화를 주창하고 노력하여, 아무도 스포츠에 관심조차 없던 시기에 해외에 태권도를 보급 발전시켜왔다. 어려운 시절마다 여러 독지가들이 나타나 태권도를 지켜왔다. 그 결과, 1994년 파리 IOC총회에서 85대0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올림픽 입성에 성공한 바 있고, 세계인이 사랑하는 스포츠로 현재 192개국에서 약 1억명이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해외로 진출한 태권도 사범들의 태권도 사랑과 열정 및 불굴의 투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중심에 국기원이 있으며, 국기원은 그들 마음속의 의지처요, 위안이자 따뜻한 고향이다.
그런 태권도 총본산 국기원이 지금 위기에 직면해 있다. 외형적으로 커진 국기원 내의 권력을 둘러싼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커지더니, 2010년 5월 독립된 재단법인이던 국기원이 문체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전환되면서 그간 누적된 문제점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사진끼리 고성과 멱살잡이를 주고받으며 몸싸움을 벌이고, 오물투척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국기원의 명예는 땅에 떨어지게 되었고, 바로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태권도를 사랑하는 태권인의 한 사람으로서 현재 직면한 위기를 극복해 보고자 국기원 이사장에 도전해 당선되었다. 위기에 처한 한국태권도를 구하기 위해 과연 무엇이 시급할지에 대해 오늘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바닥까지 떨어진 국기원의 권위를 되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계파별 나눠먹기가 되지 않도록 이사 및 임원의 자격기준을 강화해 명시하고 진심으로 태권도를 사랑하고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인사들이 국기원의 이사진에 포진되어야 한다. 이런 분들로 이사회를 구성하여 국기원 내부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2010년 정관으로 국기원 이사장과 국기원장이 분리되었는데, 이 둘의 역할 분담이 사실상 모호하여 지난 1기 집행부에서는 극심한 불협화음과 파행을 겪은 바 있다. 이를 해결해야 한다.
다음 과제는 바로 해외업무의 대폭 강화다. 현재 국기원의 전문성을 갖춘 해외담당직원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2012년 결산자료에 따르면 승단자는 국내 40만, 해외 10만에 이르며, 미국 내 도장수만 해도 2만3천여개로 국내 도장수 9천600개의 2.5배에 이른다. 출산율 저하로 인해 점차 줄어드는 국내 태권도 인구에 비해 해외의 태권도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해외업무를 강화하여, 각 국가별로 제각각인 단증 발급절차를 통일하고, 도장이 자체 심사 후 발급하는 단증을 줄여 국기원 공인 단증이 더욱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공신력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해외 도장들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해외에 나가보면 국기원이 도장들에 지원해주는 것은 달랑 달력 한부씩 보내주는 것 말고는 없다고 한다. 국기원의 미래는 해외업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 업무 강화를 위해 현재의 유명무실한 부원장 제도를 개선하여 해외업무를 전담시켜 각 대륙별 담당으로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국기원 성지화 사업이 필요하다. 국기원은 이미 전 세계 태권인들 마음의 고향이자 태권도 모국의 메카가 된 상징적인 곳으로, 죽기 전 꼭 한번은 방문하고 싶어하는 곳이다. 국기원 성지화 작업을 병행해, 세계인들이 찾아오기 쉽도록 공항에서부터 안내판 등을 정비, 확장하고, 국기원까지 교통편을 좀 더 편하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시설도 정비하여 국기원 방문객 전용 주차 공간 및 편의시설을 갖추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늘리는 환경 조성이 국기원에 지금 당장 필요한 현안이다. 해외파트를 통한 홍보활동도 브랜드화해 국가적인 관광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
태권도는 늘 우리의 곁에 있기에 공기나 물처럼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것 같다. 지금의 한류가 있기 전에 태권도가 한류의 기반을 닦았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창조경제에 응용할 수 있는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무형의 재산이 바로 태권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