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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나치 사냥꾼

지난 23일 독일 베를린, 함부르크, 쾰른 등 주요 도시에 2천여장의 나치 전범 수배 포스터가 내걸렸다. 포스터에는 유대인 대량학살이 자행된 아우슈비츠 비르 케나우 강제수용소의 정문 사진이 담겼다. 그리고 제보자에게 최대 3만3천 달러(약 3천680만원)의 포상금을 제공한다는 안내문구도 실렸다. 이 같은 포스터 게시는 멈출 줄 모르는 나치 전범 추적 체포 및 기소로 나치 사냥꾼이라 불리는 ‘시몬 비젠탈 센터’가 주관하고 있다. 독일에는 아직도 죗값을 치르지 않은 나치 전범이 6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을 색출하기 위해 시몬 비젠탈 센터가 추적에 나선 것이다.

일가친척 89명을 나치 손에 잃고 부인과 단 둘이 살아남은 홀로코스트 생존자 시몬 비젠탈(1908~2005)은 1977년 자신의 이름을 붙인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 비젠탈 센터를 설립했다. 그리고 사망하기까지 1천100명이 넘는 나치 전범을 기소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나치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가 죽은 후 지금은 후계자인 에프라임 주로프(65)가 센터를 이끌고 있다. 그 또한 나치 잔당의 98%는 이미 숨졌지만 남은 2%를 심판대에 세우기 전까지 사냥은 끝나지 않는다고 공언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는 그를 ‘지구상 마지막 나치 사냥꾼’이라고도 부른다. 주로프는 나치 전범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령이기 때문에 자연사하기 전에 법정에 세우려면 그들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같은 전쟁의 피해국으로서 나치 사냥꾼을 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다. 일본은 A급 전범 7명에 대해 사형이 선고된 1946년 도쿄 재판 이후 자국 국적자의 전쟁범죄에 대해 조사나 기소를 한 적이 없다. 당시 히로히토 일왕은 기소되지 않았고, 전범 상당수가 이후 사면됐다. 우리나라는 이 과정에 직접 참여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전범 추적 한 번 시도 못했다. 최근엔 전범의 추적은커녕 아베 총리와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의 역사 왜곡 망언에 대해서도 울분만 터뜨릴 뿐이다. 과거사를 망각하고 역사 왜곡까지 일삼는 일본의 전범을 단죄해야 함에도 그렇게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리고 일본에게 당한 우리의 고통이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이 저지른 참혹한 재앙이라는 점 생각할 때 시몬 비젠탈이 있는 유대인들이 부럽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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