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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대통령 시계

대통령시계는 청와대의 오랜 선물 품목이다. 그리고 매우 인기가 높다. 대통령 휘장인 봉황문양이 그려지고 친필로 쓴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손목시계를 찰 경우 일반인들은 대통령과 함께 했었다는 증표로 알아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선 대통령 시계가 권력에 어느 정도 가까운가를 나타내는 척도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시계가 과시용으로 변질되는가 하면 청와대사칭 사기사건의 단골소품으로 자주 등장도 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엔 청와대 기념품점에서 판매하는 손목시계를 대통령 선물이라고 건네며 ‘청와대 사정팀 국장’을 사칭, 5억원 넘게 사기를 친 일당이 붙잡힌 사례도 있다. 대통령시계의 이런 특별함으로 인해 웃돈이 얹혀 거래되거나 가짜 대통령 시계가 유통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2009년엔 이명박 대통령 서명이 적힌 손목시계 1천300여 개를 만들어 서울 청계천 노점 일대에서 개당 1만5천∼2만원에 팔던 상인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대통령시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모두가 만들어 청와대를 방문하는 국민에게 기념품으로 주거나 표창 수상자에게 부상으로 수여해 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시절인 1970년대, 새마을지도자들을 비롯 일부 공무원들은 청와대에서 받은 손목시계를 가품으로 여길 정도였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념해 제작한 시계는 국내 인사는 물론 해외동포에게까지 전달된 것으로 유명하다. 시계모양은 대부분 원형이었으나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사각으로 바뀌기도 했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념하는 건 좋지만 ‘과시용’으로 쓰이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굳이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시계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며 6개월 이상 고민해온 청와대가 결국 대통령시계를 만들기로 했다. 당초 청와대는 시계 대신 생활용품으로 기념품을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그러나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해 이전처럼 시계를 제작키로 했다는 것이다. 섬세하며 보여주기 식의 처신을 꺼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역대 대통령과 어떤 차별화된 시계가 등장할지 궁금하다. 기왕 만들기로 했으니 이번만큼은 ‘권력의 후광’을 과시 못하게 대통령 이름이 없는 순수 기념품 형태의 청와대 시계를 만들면 어떨까.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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