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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한국 문단에서 절망을 노래한 시의 최고봉은 이 시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기형도, ‘빈집’ 全文).

세포마다 절망으로 가득찬 시인의 생은 그래서 29년 19일로 멈춰있다. 절망을 유전자로 안고 태어난 인간종(種)이 지구상에서 머무르기 딱 좋은 시간이다.

혹자는 요절의 아쉬움을 이렇게 노래하기도 한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서른 살은 온다./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하략)….’(최승자, ‘삼십세’, 前文).

환절기도 아닌데 최근 들어 부고(訃告)가 넘쳐난다. 장마는 하늘이 이들 영혼을 옮기려는 또 다른 음모, 대운하(大運河)인가 싶을 정도다. 최근 사망한 탤런트 박용식 씨의 사연은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아리다. 신군부의 수장인 전두환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출연을 정지당했으니 말이다. 그 시절 가슴에 맺힌 절망이 얼마나 컸을까, 미루어 짐작이 간다. 절망은 죽음으로 가는 급행열차다.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절대 절망, 곧 죽음은 유일신(唯一神)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절망이 있어/그 안에서 희망을 꿈꾸니/그대 부디/움켜쥔 심장/버리지 말아라’(최백, ‘양면(兩面)’, 全文)라고 ‘절망 속 희망찾기’를 노래한 시인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영화도 있다. 극한의 공포 속에서 아내와 아들에게만은 ‘세상은 아름답다’고 끊임없이 노래했던 귀도(Guido Orefice : 로베르토 베니니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a Vita E Bella, Life Is Beautiful, 1997)가 그것이다.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 고 쓰다 받은 문자 메시지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초짜 기자시절, 기자의 ABC를 고스란히 몸으로 가르쳤던 선배의 부음이다. 순간, 암전(暗電)….

고(故) 임한웅 선배, 잘가요.

/최정용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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