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 수급에서 코프러덕션(co-production)은 이중의 의미를 갖는다. 먼저,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서비스 이용자의 적극적 참여를 의미한다. 사회서비스 이용자는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서비스 생산-분배-소비 과정에 공동 참여하는 적극적 행위자로 역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교육서비스에서 교사의 열의와는 상관없이 학생들의 적극적 호응이 없다면 교육의 효과는 낮을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서비스 역시 환자가 의사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치료 효과가 높게 나타날 것이다. 장기 실업자 대상 서비스의 경우도 그들의 적극적 동참이 없다면 고용서비스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이 개별 사회서비스 차원에서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의 협력관계, 공동참여를 코프러덕션이라 한다.
코프러덕션을 지역사회 차원으로 확장해서 보면, 조금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서비스 이용자를 단순히 서비스 소비자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서비스의 생산자로 지역사회 발전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때 코프러덕션의 중심 가치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사람 중심의 관점과 노동의 재 정의를 통한 시간 가치의 재발견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시장경제 중심의 관점과 교환가치로서 노동을 인정할 뿐이다. 코프러덕션에서는 시장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의 노동에도 가치를 부여한다. 사람에 대한 가치 평가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이러한 관점 변화에서 타임달러운동이 시작되었다. 타인을 돕는 데 투자한 시간을 저축하고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체계를 갖춘 것이 타임달러운동이다(시간이 돈). 코프러덕션 관점에서는 상당 정도 일방적일 수 있는 자원봉사 관점을 양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자원봉사활동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공자의 욕구보다 그들이 도우려는 대상들에게 초점을 둘 때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다. 시간을 중심으로 노동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팽창을 억제하고 비시장경제를 재건하며, 두 경제 사이에 더 평등한 파트너십을 세우는 것이다. 그 동안 시장이 평가절하 해 버린 자녀양육, 노인보호, 학습, 이웃돌보기, 시민참여 등 사회적 기여가 제대로 평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을 건강한 아이를 기르고, 가족을 지키고, 이웃을 안전하고 활력 있게 만들고, 약하고 취약한 사람들을 돌보는 데 드는 노력을 포함하도록 새롭게 정의한다.
코프러덕션이 중요시하는 또 하나의 가치는 주민들의 호혜성, 신뢰 등 사회적자본의 육성이다. 먼저 호혜는 코프러덕션의 기본 전제이다. 호혜의 관점에서 서비스 공급은 이용자의 내적역량을 강화해 주는 촉매제로 작용해야 한다고 간주한다. 만약 자원봉사자는 항상 서비스 제공자로, 서비스 받는 사람은 수혜자 역할에 머무른다면, 수혜자의 의존성은 강화되고 그들을 무력화시키는 역효과를 내게 된다.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호혜를 구축하지 못한 것은 사회 정의를 옹호할 시민을 양성하도록 사업을 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또 하나 집단적 효율성은 코프러덕션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가치라 할 수 있다. 미국 지역사회에서 범죄의 차별성은 가난과 실직이 아니라 집단적 효율성(collective efficacy)에 달려 있다. 집단적 효율성이 높은 지역사회는 범죄율이 낮다. 폭력 범죄의 가장 큰 지표는 공유된 비전, 주민 개입의지, 사회적 신뢰, 참여의식, 공동 공간 소유 등 집단적 효력의 하위 범주들이다. 이같이 사회 자본은 우리들에게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자산이다.
우리나라에서 타임달러를 도입한 사례는 2004년 시작된 구미 사랑고리은행이 있다. 자원봉사 가치를 시간으로 환산해 필요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회원들이 봉사하는 만큼 사랑고리라는 화폐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사랑고리란 미국에서 1시간 봉사하면 1타임달러를 주는 비시장경제권 화폐를 만든 것처럼, 1시간 봉사를 1고리로 인정해 5천원 상당의 가치를 주고 이를 적립해 당사자 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 은행의 이자이며,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이 은행의 성장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