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7 (목)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창룡문]을지로, 손가위

지난 11일 새누리당 홈페이지에는 이색 안내문이 떴다. ‘ㅅㅂㅈㄹ 새누리를 디스(diss)해라’라는 제목으로 당에 대한 비판과 비난의 메시지를 접수하는 공모전 포스터가 등장한 것이다. ‘디스’는 disrespect(무례·결례)의 줄임말이다. 그러나 요즘 누리꾼들 사이에선 욕, 공격 등을 뜻하는 은어로 쓰인다. ‘ㅅㅂㅈㄹ’이란 문구 역시 ‘ㅅㅂ’과 ‘ㅈㄹ’로 나누어 욕설의 약어(略語)로 쓴다. 새누리당이 소제목으로 정한 ‘새누리를 발전시키는 젊은이들의 리얼 디스戰(전)’의 새·발·젊·리의 모음을 앞세운 욕설의 약어를 공모 제목으로 삼은 것은 숨어서 댓글을 달기보다 앞에서 당당히 욕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며 행사 취지도 소개했다.

인터넷 문화의 발달과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의 등장으로 오늘날은 신조어의 르네상스라 할 만큼 많은 새로운 말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약어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새누리당 공모 포스터는 이를 잘 보여준다.

약어는 어형의 일부를 생략해 원래보다 간략하게 표시한 말이다. 복잡한 세상, 제한된 시간, 웬만한 자극에도 멀쩡한 세태 속에서 많은 내용을 압축해서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다 보니 약어의 사용이 늘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시민의식의 성장과 더불어 사회 현상에 대한 의견 표출의 욕구가 커지면서 다양하게 등장하는 이 같은 약어는 기존의 어휘를 풍자적으로 재생산하면서 집단 내 공감대를 형성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한다.

정치권도 그 중 하나다. 민주당은 지난 5월 갑을(甲乙) 논란이 확산되자 을지로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을지로’는 을을 지키기 위한 로(law 법, 路 길)의 약어다. 이름을 앞세운 위원회는 여러 가지 서민대책 입법을 성사시키며 일반인들의 호감을 샀다.

그러자 엊그제 새누리당이 ‘손가위’라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손가위는 손톱 밑 가시제거위원회의 약어다. 서민과 중소기업을 아프게 하는 손톱 밑 가시를 뽑고, 민생에 엉켜 있는 매듭을 싹둑 잘라내는 손가위 역할을 하겠다는 게 발족 취지다. 다분히 민주당의 히트 상품인 을지로위원회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이처럼 침투력을 높이기 위해 튀는 약어(略語)를 쏟아내는 것은 정책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네이밍 전략은 내용이 실종된 ‘말정치’로 전락할 수 있음도 유념해야 한다. /정준성 논설실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