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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얄궂은 부부관계

수은주가 오르니 별별 수치가 다 올라간다. 날씨 때문에 이혼도 늘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더위에 ‘욱’해서 벌인 부부싸움이 119구급차에 실려 가고 이혼으로까지 이어진다니 살벌함마저 느낀다. 최근 지상파 방송이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보도에 따르면 협의 이혼 신청 건수가 겨울보다 여름에 23%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올해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삼복더위 중 이혼상담이 201건이나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재미있는 것은 감정 격앙된 상태에서 무더워진 여름에 합의 이혼했다가 날씨가 선선해지면 철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이다. 날씨가 감정적 판단을 이끌어냄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긴 하지만 평생을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부부 사이의 삭막함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자아낸다.

이혼으로 이어지는 부부싸움으로 119구급차에 실려 가는 사례도 덩달아 증가해, 지난해 12월에는 50명대이던 숫자가 여름철인 지난 6월부터 8월 사이에는 100명대로 두 배를 넘어 섰다고 한다. 이용한 연령대는 40대가 40%로 가장 많고, 30대(27%), 50대(20%) 순으로 집계됐다.

사실 부부관계 만큼 얄궂은 게 없다. 만남의 행복과 헤어짐의 불행이 늘 공존하면서 경우에 따라선 한없는 행복을, 때론 비참한 불행을 가져다주니 이성적으로도 설명할 수가 없다. 소홀하게 대하면서도 서로 가장 미더워 하고, 자랑하지 않지만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게 부부다. 고맙고 한편 즐거우면서도 굳이 말이 필요 없고 밉지만 증오할 수 없는 관계도 부부다. 따지고 보면 갈등이 있을 턱이 없다. 하지만 어디 말대로인가.

부부관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칼로 물 베기’다. 살붙이고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부부싸움이고 다시 안 볼 양 다투다 어느새 살갑게 지낸다고 해서 붙여진 표현이다.

예부터 싸움에서 한발씩 물러나 서로 배려하라는 부부관계의 표현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남편이 노래하면 부인이 따라한다는 부창부수(夫唱婦隨), 거문고와 비파를 타듯 한다는 여고금실(如鼓琴瑟), 평생을 함께 늙어간다는 백년해로(百年偕老), 하늘이 맺어준 배우자라는 천정배필(天定配匹) 등등. 이혼이 부부싸움의 종착역이라고 볼 때 요즘같이 더운 날 찬물이라도 떠놓고 물 베는 연습을 해도 좋을 듯싶다.

정준성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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