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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그들만을 위한 잔치

 

며칠 전 우연히 신문에서 북콘서트에 관한 기사를 읽고 혹시 하는 마음에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잠시 뒤 짬에 기대를 걸고 전화를 했더니 전혀 엉뚱한 대답을 들었다. 졸지에 나는 전화를 잘못한 사람이 되었다. 휴대전화 갤러리에서 확인을 한 결과 그 전화번호가 틀림이 없었고 나는 정확하게 전화를 했다. 가까운 사람에게 전송을 하니 조금 후에 같이 가자는 답을 보내왔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온라인 접수를 하려 했으나 접수기간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뜬다. 하는 수 없이 모처럼의 기회를 포기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 카톡으로 아쉽다고 했더니 오히려 접수 마감이 아니라 선착순이라며 일찍 출발해서 기다리자고 한다.

약속한 날이 되어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오랜만에 외출이라 바쁘게 준비를 한다고 해도 버스 시간을 겨우 맞추느라 몇 백m나 되는 거리를 뛰자니 길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질 않고 숨이 턱에까지 차오른다. 숨을 몰아쉬며 버스에 올라 요금을 내려고 하는데 지갑을 여는 순간 아차 싶다. 아니나 다를까 잔돈이 없어 기사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1만원권을 넣고 동전으로 거스름돈을 받아 묵직해진 지갑을 넣고 자리를 잡았다. 결국 동행하기로 한 사람의 차로 행사장에 도착했다. 요즘엔 어디가나 사정은 마찬가지겠지만 주차난이 기다리고 있다. 결국 근처 아파트에 눈치를 보며 더부살이 주차를 했다. 행사장인 구민회관에는 주최 측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 서너 명이 홍보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거의 두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 우리는 인터넷 서핑 하며 시간을 보내다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설문지에 통상적인 내용을 적고 행운권을 잘라 접수를 마치고 리플렛을 들고 입장을 했다. 강당 안에서는 식전행사에 초대된 기타 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연습을 하기 시작한다. 내가 의아한 마음으로 주위를 살피는 동안 거꾸로 매달아도 돌아간다는 시계가 행사 시작 시간으로 이끌었다. 기타 동아리의 오프닝 무대에 이어 첫 번째 강사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유명 시인의 강의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자리를 뜬다. 연이어 두 분 강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지나고 행운권 추첨을 하다 별로 인원이 없다는 판단에 추첨 없이 책을 나누어 주었다. 물론 책이 모자라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은 받지 못했고 그것도 나중에는 한 권씩 차례가 갔다.

행사장을 빠져 나오면서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온다. 아침부터 서둘러 먼 길을 왔는데 이럴 수가 있나 싶은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 책을 못 받아서가 아니라 국내 굴지의 신문사에서 모시기 힘든 유명시인을 강사로 내세워 그것도 무료에 선물까지 주면서 오라고 해도 외면당하는 곳에 문학이라는 예술이 자리하고 있는 현실이 새삼 쓰라림으로 다가온다.

인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갈채가 하루아침에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 해도 영혼을 덜어내는 고통에 비유되는 작품을 친분 있는 문인들끼리 서로 나누어 보는 그들만의 초라한 잔치로 끝나는 일이 더 이상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 작가 신인상 수상 ▲가평 문학상 수상 ▲가평문인협회 이사 ▲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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