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여야 간 강경대치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 없이 단독 국회를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단독국회 시도는 국회를 파행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그러면서 두 달 가까이 벌여온 진흙탕 정쟁으로 야기된 정국경색은 더욱 꼬이는 모양새다. 이러다가는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파행이 불가피해 보여 걱정이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내달 2일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 2012년 결산심사를 완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산심사가 늦어지면,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 등 정기국회 본연의 핵심 일정이 줄줄이 순연되면서 전체적인 일정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더욱 그렇다.
새누리당 단독 소집요구로 지난해 결산처리를 위한 임시국회는 16일 이미 개회됐지만 열흘 가까이 공전상태다. 장외투쟁 중인 민주당이 의사일정에 참여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기국회는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답답할 따름이다. 지금은 정파 이익을 위해 정쟁이나 벌일 때가 아니다. 최악의 경제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민생을 외면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처사다. 여야는 결산·정기국회에 대한 시각차를 줄이고 지금이라도 정기국회를 대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민주당은 천막을 걷고 국회로 돌아와야 하고, 새누리당은 야당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여야 모두 한발씩 양보함도 좋을 듯싶다.
지금 여야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은 매우 많다. 우선 국회에 부여된 기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정기국회 개회 이전에 325조원의 2012년 정부예산 결산 심사를 마쳐야 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민생과 국정현안이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회에 제출한 법안도 그대로 있다. 당장 처리해야 할 주요 법안만도 14개에 이른다. 그러나 여야는 논의 한 번 제대로 거친 적이 없다. 특히 서민의 고통인 전·월세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관련 법안들의 신속한 처리도 절실하고 그 후속 법안 또한 내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4·1부동산 대책 역시 국회의 공전으로 제대로 시행이 안 되고 있다. 여야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심의를 해도 부족할 판에 협상조차 못하고 있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일이 아니다.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고 이런 과제를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나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국가 현안을 논의하는 것을 당연한 책무로 여겨야 한다.